[식품 속 과학] 나라꽃 무궁화의 위상/김진백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선육종연구실장

입력 : ㅣ 수정 : 2017-10-1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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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무궁 무궁화, 무궁화는 우리 꽃,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 가사처럼 무궁화 꽃은 국내에서 7월부터 10월까지 100여일간 계속해서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우리나라의 국화(國花)이다. 더운 여름 기간에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무궁화의 생태적인 특징은 어찌 보면 힘겹게 살아왔던 우리 민족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다. 어릴 적 기억에는 동네 어디서든 무궁화를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흔히 볼 수 없는 사라져 가는 나라꽃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김진백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선육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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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백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선육종연구실장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자 국내 연구진은 무궁화 품종을 다변화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100종 이상의 품종을 개발, 등록했다. 특히 방사선을 이용한 돌연변이 육종기술은 백설, 선녀, 대광, 꼬마, 창해, 다솜 등 다양한 신품종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 기술은 식물 종자나 묘목에 방사선을 조사해 유전자나 염색체 돌연변이를 유발시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후대에서 우수한 형질을 갖는 돌연변이체를 선발, 유전적인 고정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특정형질을 개량한 신품종을 개발해 낼 수 있다. 방사선 조사를 통해 다양한 특징이 있는 변이자원을 대량으로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관심이 높은 육종기술이기도 하다.

이 기술을 이용한 신품종 중 ‘꼬마’ 무궁화는 아파트 베란다나 사무실 등 실내에서 분재로 키울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꼬마는 5~6년생의 키가 50㎝ 정도에 불과하다. 기존의 무궁화가 정원수나 가로수로 애용되어 왔지만 그 비율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가정을 통해 무궁화 보급과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신품종이다.

무궁화에는 진딧물이 많아 심고 가꾸기 힘들며, 피고 진 꽃송이가 주변을 지저분하게 만든다는 오해가 깊다. 그러나 자연상태에서 자라는 나무 중에 벌레가 생기지 않는 나무는 없으며, 피었던 꽃이 지는 것은 당연하다.


일제강점기에 무궁화가 대한민국의 민족성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무수히 베어져 많은 품종이 사라졌음에도, 전 세계 400여종의 무궁화 가운데 200여종의 무궁화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되고 있다. 이에 더해 현 세대의 취향에 맞는 꽃모양이나 꽃색깔 등의 형질을 개선한 무궁화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육종연구를 좀더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면 잃어버린 나라꽃 무궁화의 위상을 다시금 회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현대인의 마음속에 아날로그 감성으로 기억되어야 할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일편단심’, ‘끈기’ 등 무궁화의 꽃말은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힘과 위안을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2017-10-1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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