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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 급증]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유기동물 급증] “반려동물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입력 2017-08-14 09:25
업데이트 2017-08-1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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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현장 가보니…“조금이라도 멈칫하면 다시 생각해야”

무게가 3㎏ 남짓 되는 몰티즈 ‘태풍이’는 한 달 전 폭풍우가 몰아치던 청주의 한 6차선 도로에서 행인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 당시 피부질환의 일종인 ‘옴진드기’에 감염됐던 태풍이 체내에는 유기·유실 방지를 위해 정부가 시행 중인 동물등록제 정보가 담긴 내장칩이 삽입돼 있었다. 가정에서 키우던 개라는 의미다.

구조자는 칩에 내장된 정보를 근거로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된 주인의 전화번호로 연락했지만 “오래전 다른 사람에게 줘서 지금은 나랑 상관없는 개”라는 답변만 들었다.

결국 태풍이는 비영리 유기동물 입양단체인 ‘유기동물 행복 찾는 사람들’(이하 유행사)에 위탁돼 치료 후 입양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12일 기자가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유행사’의 정기 입양 캠페인 현장에는 태풍이처럼 유기견 혹은 유기묘 신세가 된 개와 고양이 30마리가 새 입양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유행사는 2011년 8월부터 매주 토요일 이태원에서 입양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입양은 파양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현장 중심의 입양만 진행한다.

이날 현장에 있던 동물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대부분은 사람 손길을 탄 적이 있는 ‘애완견’들이었다. 모두 법적 보호 기간이 지나 안락사되기 직전에 구조됐다고 유행사는 설명했다.

안락사를 면했다고 해서 100% 재입양되는 건 아니다.

유기동물 입양 희망자들 역시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호하는 애완견으로 잘 알려진 품종이나 소형견, 강아지를 찾는 경우가 많아서다.

7살 이상으로 추정되는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수컷인 ‘벤’이 대표적이다.

벤은 4년 전 디스크 치료를 받다가 용산구의 한 동물병원에 사실상 버려졌다. 해당 병원은 4년간 벤을 보호하다 최근 유행사에 입양을 의뢰했지만, 나이가 많은 데다 한쪽 눈도 ‘망막위축증’을 앓고 있어 입양 문의가 거의 없다.

경상남도 함안에서 구조된 잡종견 ‘하미’도 입양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1년째 단체에서 보호 중이다.

유행사 운영진인 김민정씨는 “인터넷 등을 통해 입양 공고를 수시로 올리지만, 아예 문의 자체가 안 들어오는 유기견도 있고, 고양이 역시 나이 들거나 몸집이 크면 꺼려한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유기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하지만 유기동물 증가의 주범인 ‘펫샵’(강아지 매매 샵)은 계속 생겨나 피부로 와 닿는 변화를 못 느끼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강아지공장’이 과잉번식시킨 강아지를 펫샵으로 유통시켜 유기동물 증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그나마 겨울에는 위탁시설에 자리가 남을 때가 종종 있지만, 여름철에는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유기동물이 급증한다”고 휴가철 유기동물이 많이 늘어나는 현상을 꼬집었다.

그는 “반려동물도 한 생명체이므로 키우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유기견 입양 전 조금이라도 ‘멈칫’하게 된다면 섣불리 입양하지 말고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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