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병·목욕탕병·과외병도 다 없애야”

“테니스병·목욕탕병·과외병도 다 없애야”

강윤혁 기자
강윤혁 기자
입력 2017-08-03 23:18
업데이트 2017-08-04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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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부병사’ 계기로 개혁 목소리

“운전병 24시간 대기 관행도 부당”
국방부, 장관 공관병 없애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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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참에 공관관리병(공관병)뿐 아니라 ‘테니스병’, ‘목욕탕병’, ‘과외병’, ‘골프병’ 등도 다 없애라.”

박찬주 육군 2작전사령관(대장) 부인의 공관병 ‘갑질’ 파문 이후 이 같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간부들의 취미생활이나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허드렛일을 하는 비편제 직위 사병(私兵)들을 모두 없애라는 요구다. 이들은 정식 군편제에도 없는 보직인데 수십년간 관행적으로 운용되어 왔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전투병과에서 정식으로 복무하는 병사들보다 편안한 군생활을 보장받는다는 이점이 있어 당사자들이 침묵해왔지만, 국방 개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적폐’로 꼽힌다.

또 각군 복지시설에 배치된 복지 지원병과 장군 전속 운전병 등 우리 군의 비전투병력 운용 실태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방부가 밝힌 복지 지원병의 규모는 600명이 넘는다. 시설관리병과 조리병 등까지 포함하면 군 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인원은 이보다 훨씬 많다. 2015년 말 기준 군이 운영하는 복지시설은 군 마트 약 1186개소, 체력단련장(골프장) 30여개소, 휴양소 14개소, 부대회관 187개소 등이다. 전국 140개 육군 부대 복지회관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1142명에 달했다. 이들 병사들은 식당, 객실 등 군 복지시설에서 조리, 서빙, 청소, 시설 운영 등에 근무하고 있다.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국가 안보를 위해 소중한 아들을 군대에 보냈는데, 총 대신 나비넥타이를 매고 술 쟁반이나 들고 다니는 꼴을 보는 부모님의 심정이 어떻겠느냐”면서 “그 돈을 벌어서 사단장들 업무추진비로 써야 되기 때문에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군복 입은 군인의 최우선 임무는 전투가 되어야 한다”면서 “국방 개혁은 이런 일을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공관병부터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공관병은 150여명에 달한다. 군별로 육군은 100여명, 공군은 17명, 국방부 직할부대는 10명 안팎, 해병대는 8명, 해군은 5명의 공관병을 두고 있다. 육군의 각군 사령관(대장)은 4명, 군단장(중장)은 3명, 사·여단장은 2명의 공관병을 둘 수 있다.

송영무 장관의 서울 한남동 국방부 장관 공관에도 4명 정도의 공관병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휘관과 그 가족의 일상을 지원하다보니 공적 지시와 사적 지시의 경계가 명확지 않아 ‘가정부 병사’처럼 활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국방부는 우선적으로 서울 한남동 장관 공관병부터 없애기로 했다.

최병욱 상명대 군사안보학과 교수는 “공관병뿐 아니라 장군 전속 운전병도 24시간 대기할 이유가 없다”면서 “미군 장성들은 일과 시간 이후에는 자신이 직접 운전하는데 우리 군 장성들은 사적인 영역에까지 병사들을 이용하는 것을 관행처럼 여겨왔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공관병이 민간 인력으로 채워지면 공관에 상주할 이유도 없다”면서 “다만 관건은 예산이기 때문에 운용의 묘를 발휘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2017-08-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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