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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직원도 남의 직원도… 하인처럼 부린 갑질 공무원

내 직원도 남의 직원도… 하인처럼 부린 갑질 공무원

조한종 기자
입력 2017-07-06 23:42
업데이트 2017-07-07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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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잇단 비리·갑질 적발

2017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간 큰 공무원들의 비리와 갑질 행태가 잇따라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산불 장비 무더기 비리… 공무원 23명 입건
산불 장비 무더기 비리… 공무원 23명 입건 6일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열린 산불진화장비 납품 비리 관련 공무원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관계자들이 관련 증거물 등을 살펴보고 있다. 지능범죄수사대는 수뢰 후 부정 처사·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 등으로 A시청 산불진화 담당 팀장 박모씨 등 9개 지자체 공무원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연합뉴스
특히 지역 사업가에게 특혜를 준 대가로 대형 아파트를 시세의 반값에 제공받은 사건은 ‘요즘도 이런 공무원이 있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믿기지 않는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제1형사부는 지난 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원주시청 공무원 박모(59·5급)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92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박씨는 시세 1억 7700만원 이상 나가는 아파트를 8500만원에 업체로부터 구입해 9200만원의 이득을 취했다.

강원 고성군청 박모(42·7급)씨는 최근 사무용품 납품업체로부터 800만원을 받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준 혐의로 구속됐다. 박씨는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고 문서를 허위로 만들어 재생품인 사무용품을 정품으로 속여 고성군에 팔게 하면서 5억여원의 부당 이득을 챙기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위 문서를 눈감아준 것도 아니고 공무원이 스스로 문서를 조작한 사건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고성군청 내 475명의 공무원들 가운데 90여명 이상이 여전히 수사 대상에 올라 지금까지 어수선한 분위기다.
국민 생명과 관련된 산불 진화 장비를 매개로 한 뇌물 사건에 전국적으로 수십명의 공무원이 연루된 사건도 발각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6일 산불 진화 장비 납품비리에 연루된 한 지방자치단체 산불업무팀장 박모씨(31) 등 전국 13개 지자체 공무원과 업체 등 30명을 뇌물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박씨 등 지자체 공무원 23명은 특정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대가로 브로커들로부터 각각 100만~2100만원씩 모두 9400만원어치의 금품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산불진화용 펌프, 진화복, 갈고리 등을 발주하며 계약 수량을 부풀려 서류를 작성하고 차액을 되돌려받는 수법을 썼다. 실제로는 장비 1만개가 필요한데 1만 1500개를 발주하고는 1500개 가격인 7100만원을 돌려받는 식이었다.

조사 결과 공무원 박씨 등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슈퍼 갑질’을 일삼은 것으로도 드러났다. 납품업자를 술자리에 불러내 술값을 계산하게 하고 담배 심부름, 음주 뒤 차량 대기, 등산복, 족욕기 등을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 등 수법이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고착화된 업계의 불법 관행의 전모가 밝혀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지검도 지난 5월 김모(58.5급)씨 등 전·현직 제주시 공무원 7명을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무더기 구속했다. 이들은 제주시청에 근무하던 2011년부터 2014년까지 하천 교량 특수공법 자재를 납품할 수 있도록 업체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이들 가운데 제주시 청령담당관실 직원인 김모(47)씨는 강씨의 업체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모업체가 지은 빌라를 시세보다 8500만원 싸게 분양받고 현금 800만원도 챙겼다. 검찰은 “공무원들이 평소 업자에게 떡값과 선물 등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유착관계를 형성한 뒤 사업 발주 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챙겨 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성추행, 성희롱, 폭력, 갑질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공무원들도 있다. 전북경찰청 모경감은 부하 직원들에게 자신의 집 잔디를 다듬도록 하는가 하면 어머니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도록 부추기는 등 ‘갑질’을 하다가 감찰조사를 받고, 강원도교육청 일반직 과장급 공무원은 지난 5월 말 회식자리에서 부하 공무원에게 술병을 던져 전국공무원노조 강원도교육청지부로부터 파면 압박을 받고 있다.

전국종합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2017-07-0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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