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19대 대선과 철학 없는 정치/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입력 : ㅣ 수정 : 2017-04-26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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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국부 마하트마 간디의 추모 공원인 야무나공원에는 평소 간디가 주장했던 7가지 악덕이 적혀 있다. 그 첫째가 ‘철학 없는 정치’요, 둘째가 ‘도덕 없는 경제’다. 나머지 다섯 가지 악덕은 ‘노동 없는 부(富)’, ‘인격 없는 교육’, ‘인간성 없는 과학’, ‘윤리 없는 쾌락’, 그리고 ‘헌신 없는 종교’다. 하나같이 마음을 울리는 명언이 아닐 수 없다. 불과 2주도 남지 않은 19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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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지지율 40%를 넘나들며 자신도 대세임을 인정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부터 생전 처음 보는 후보까지 다들 뭔가 할 말이 많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을 것이다. 그런데 수차례에 걸친 토론회를 모두 보았지만 도대체 후보들이 내세우고 실천하려는 철학과 가치가 무엇인지, 그들이 꿈꾸는 대한민국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알 길이 없다.

북핵과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주요 후보 5명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을 설득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할 뿐 안보 위기를 해결할 구체적 비전이나 대안을 고민해 본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예산 부족으로 아직 민간업자들의 동전 세탁기를 사용하고 있는 군을 비난하면서도 사병 월급은 대폭 인상하겠다고 약속한다. 사병 월급을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올리면 병장 월급이 현행 20만원에서 80만원대에 이른다. 문제는 이렇게 군 장병에게 보편적 혜택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가, 아니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나 군 전력 강화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가를 선택하는 철학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이다.

재벌개혁을 내세우고 경제민주화를 주장하지만 경제주체 간 대립과 갈등을 조장할 뿐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파생한 양극화 문제를 해소할 구체적 비전이나 대안들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그저 법인세 인상과 재벌개혁, 그리고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은 경제민주화만을 강조할 뿐이다.

자본주의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쓰기 이전에 ‘도덕감정론’을 집필해 경제주체들의 도덕성을 강조했던 것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도덕성 회복이야말로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의 핵심이 돼야 함에도 이를 위한 실천적 대안은 없다.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 해소라는 대증요법만을 제시할 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안으로서 공동체의 도덕성 회복에 기초한 나눔과 공생의 가치는 외면한다.

그뿐인가.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의 근간을 흔들어 왔지만 수십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대학 입시 위주 교육의 폐해는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악화돼 왔다는 것이 정확한 평가일 것이다. 교육 관폐가 이토록 심화된 것은 인격을 갖추게 해야 할 교육을 입시와 입신양명의 도구로만 보고 있는 학부모들의 잘못이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나라의 교육철학 부재 때문이다.

복지나 청년 일자리 문제도 마찬가지다. 어떤 공약이라도 기본적으로 사회의 구성원이 동의하고 우리가 채택하고 있는 시장자본주의의 지속적 발전과 분배의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원칙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후보들이 제시하는 공약들은 그저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무엇이 유리한가만을 고민했을 뿐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정한 자본주의, 복지 수혜자와 청년들의 도덕성을 회복시켜야 한다는 가치와 철학이 없다.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해고한 것으로 해달라는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인 사회에서는 어떤 분배 정책도 공정할 수 없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근본 문제는 철학 없는 정치와 도덕 없는 경제, 인격 없는 교육에 있다. 문재인이 집권하면 안철수가 집권하는 것과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홍준표나 유승민, 심상정이 집권하면 대한민국의 모습은 진정 문재인이나 안철수가 집권한 대한민국과 다를까. 그들이 과연 철학 있는 정치를 실현하고 도덕 있는 경제, 그리고 인격 있는 교육을 지향하고 있는가.
2017-04-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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