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국방백서 ‘주적’ 2004년 삭제… 천안함 폭침 후 ‘적’ 표현

입력 : 2017-04-20 22:34 ㅣ 수정 : 2017-04-2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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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서 쏟아진 후보들의 말말말… 진위는

지난 19일 대선 후보 5명은 대본 없는 설전을 주고받으면서 다양한 정책 및 가치관을 검증했다. 날 선 신경전을 벌였던 주제들에 대해 사실 관계를 정리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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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국방백서에 주적이라고 명시돼 있다” - 사실 반 거짓 반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봐야 하는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 주적이냐”고 묻자 문 후보는 “대통령이 그런 규정을 내려선 안 된다”며 즉답을 피했다. 유 후보가 “국방백서에 주적이라 나온다”고 다그치자 문 후보는 “(주적 지칭은)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유 후보는 “정부 공식 문서에도 북한이 주적이라고 나오는데 군 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못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다.

2016년 국방백서에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엄밀히 말하면 ‘주적’이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유 후보의 지적을 완전히 거짓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백서는 “북한의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과 도발은 우리가 직면한 일차적 안보 위협”이라면서 북한 정권과 군을 적으로 명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주적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북한 정권을 적으로 규정한 것만으로도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표현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적의 개념에서 북한 주민들은 분리됐다.

주적이라는 표현은 1995년부터 2000년까지 표기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과 2006년에는 적이라는 표현도 아예 삭제됐다. 2013년 공개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에 따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주적을 없애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적’이라는 단어를 백서에 다시 담았고 지금까지 같은 표현이 유지되고 있다.

② “‘송민순 논란’ 회의록 지금 정부 손에 있다” - 대체로 거짓

토론에서 ‘송민순 회고록’으로 촉발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결정 과정이 또다시 논란이 되자 문 후보는 “회의록이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국가정보원에 있을 것”이라며 “지금 정부에서 확인해 보시라”고 말했다. “나중에 거짓말했다는 게 밝혀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도 “지금 정부 손에 있는 것 아닌가. 확인해 보라”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 논란이 불거졌을 때부터 회의록의 존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회의는 우리 정부 측 인사들로만 구성된 내부 협의 과정이었기 때문에 모든 발언이 담긴 회의록의 존재는 불투명했다. 만약 회의록이 있다고 해도 청와대 안보정책조정회의 관련 내용이기 때문에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된다. 특히 군사·외교·통일에 관한 비밀기록물은 15년 범위에서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 의결이 있거나 수사 중일 경우 관할 고등법원장이 중요한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하면 열람이 가능한데, 민주당이 원내 1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람 가능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③ “文, 기무사령관 불러 국보법 폐지 지시했다” - 판단 보류 (주장의 진위 파악 어려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이던) 2003년 여름 송영근 당시 기무사령관을 청와대로 불러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홍 후보의 주장은 송 전 사령관의 ‘신동아’ 인터뷰 내용을 근거로 한 것인데, 이 인터뷰에서 송 전 사령관은 2003년 청와대 방문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이 “사령관께서 총대를 좀 메 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송 전 사령관은 “당시 노무현 정부가 국보법 폐지를 추진했지만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이 다 반대해 꼼짝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를 불러 국보법 폐지에 앞장서 달라고 한 것으로 보였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실제 송 전 사령관 주장대로 문 후보가 그런 지시를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문 후보는 토론에서 “(국보법 폐지가) 기무사가 할 일이겠느냐.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④ “학제 개편해도 2개년도 아이들이 한꺼번에 학교에 몰리지 않는다” - 대체로 사실이지만 논란

문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학제 개편을 두고 “2개년도 아이들이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해 대졸까지 12년을 쭉 함께 가게 되는 건데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물었다. 안 후보의 ‘3(유치원)+5+5+2 학제 개편안’을 보면 초등학교 입학연령이 현행보다 1년 빨라지기 때문에 제도 도입 첫해 만 6세(현행 입학연령)와 만 5세(안 후보식 학제 개편 뒤 입학연령)가 동시에 입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한꺼번에 몰릴 일이 없다고 답했다.

안 후보는 “학제 개편에 따라 1년 더 빨리 입학하게 되면 12개월이 아니라 15개월 학생들이 한꺼번에 입학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개편 첫해에 ‘만 6세+만 5세 중 1~3월생’식으로 끊어서 입학시키고 다음해에는 만 6세가 된 4~12월생과 만 5세 1~6월생이 입학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4년을 하면 안 후보의 얘기처럼 4년 뒤에는 학제가 정상적으로 앞당겨진다. 그러나 같은 생년 학생들을 생월에 따라 분리 입학시키는 데 따른 혼란, 시행 초기 4년 동안 불가피한 혼란, 중학교 이후 사회 진출까지 학생들이 겹치는 혼란 등이 우려돼 학제 개편의 필요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⑤ “文, 복지 공약 대거 후퇴했다” - 대체로 거짓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문 후보가 당초 발표한 10대 공약 중 복지정책의 예산 규모가 줄어들었다고 지적했다. “유아 아동수당은 2분의1, 청년수당은 7분의1, 육아 예산은 4분의1로 후퇴했고, 노인 기초연금은 3분의2 수준으로 대폭 삭감됐다”고 비판했다. 심 후보의 말대로 문 후보가 지난 14일 공약을 발표하면서 배포한 자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최종 제출된 10대 공약 자료에 적힌 복지정책의 예산 수치가 줄어든 것은 맞다. 그러나 민주당은 실무자의 착오로 초기 자료에 계산의 오류가 있었다며 취재진에게 정정 요청을 해 왔고, 정정된 수치로 선관위 홈페이지에 자료를 올렸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2017-04-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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