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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훈민정음 상주본, 실물 확인과 보존 처리 시급

[사설] 훈민정음 상주본, 실물 확인과 보존 처리 시급

입력 2017-04-11 22:00
업데이트 2017-04-11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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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상주본)이 그제 사진으로 공개됐다. 9년 만에 나타난 상주본의 모습은 분노를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2008년 세상에 알려질 당시와 달리 아랫부분이 불에 그슬린 흔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진만 있을 뿐 실재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존재를 믿을 수도, 믿지 않을 수도 없으니 딱하다.

상주본은 국보 70호로 지정된 간송본과 함께 남아 있는 단 두 권의 훈민정음 해례본 가운데 하나다. 발견 당시만 해도 간송본에 비해 보존 상태가 좋고, 표제와 주석 등이 16세기에 새롭게 더해진 것으로 확인돼 학술적, 문화재적 가치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문화재청의 현장 조사 결과 서문 4장과 뒷부분 1장이 없어졌지만 간송본과 동일한 판본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렇듯 귀중한 문화재가 국가의 보호에서 벗어나 훼손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자칭 소장자는 상주본이 공개된 직후 골동품상과의 소유권 분쟁에 휘말리자 실물을 감추고, 보관 장소나 상태 등을 일절 함구해 왔다. 법원이 “상주본을 골동품상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함에 따라 세 차례에 걸쳐 강제집행과 압수수색이 이뤄졌지만 책을 찾지는 못했다. 2015년 3월에는 자칭 소장자의 집에 화재가 발생해 상주본의 소실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실제로 이번에 공개된 사진의 불에 탄 자국은 당시 화재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법원의 판결을 거스르며 문화재를 훼손한 사람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화재청은 미비한 처벌 규정을 이참에 정비해야 한다.

상주본을 사진이나마 공개한 것은 자칭 소장자가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기 때문이다. 그는 상주본을 1조원대 재산으로 신고했지만 선관위가 실물 존재에 의문을 표시하자 사진을 내보인 것이다. 문화재가 개인의 영달을 위한 도구로 쓰이고 있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

상주본은 2011년 대법원으로부터 소유권을 인정받은 골동품상이 국가에 무상 기증했다. 소유권은 이미 국가에 있다. 따라서 상주본의 소유자일 수 없는 자칭 소장자는 생떼를 쓰지 말아야 한다. 문화재청은 보존 처리로 더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라도 실물의 존재부터 확인하라. 무엇보다 중요 문화재는 사유재산이더라도 당연히 공공성을 무시하면 안 된다. ‘제2의 상주본’이 나오지 않도록 소유권은 보장하되 횡포는 막는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2017-04-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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