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먹을건 없었다… 손님 떠나는 ISA

소문난 잔치, 먹을건 없었다… 손님 떠나는 ISA

임주형 기자
임주형 기자
입력 2017-03-05 22:16
업데이트 2017-03-0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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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해지 속출 ‘우울한 돌’

은행예금 못미친 0%대 수익률
자금 5년 묶이는데 혜택 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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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은행에 다니는 선배의 권유로 1만원만 넣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개설한 뒤 추가 납입은 못 하고 있습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금 대출을 갚아야 하는 마당에 5년간 자금이 묶이는 ISA에 투자하는 게 부담스럽네요. 그렇다고 세제 혜택이 파격적인 것도 아니고…. 대부분 저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금융산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한 연구기관의 박사가 한숨 쉬며 털어놓은 말이다. 오는 14일 출시 1주년을 맞는 ISA의 ‘돌 잔치’는 우울하기만 하다. 자동차와 골드바 등 고가 경품이 등장해 금융당국이 과당경쟁을 걱정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중도해지자가 속출하고 있다. ISA 도입 취지가 저금리·고령화 시대에 국민 자산 증식을 돕자는 것인 만큼 정부가 더 적극적인 혜택으로 육성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5일 통합정보사이트 ‘ISA다모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ISA 순(純)가입자 수는 236만 1712명으로 전달에 비해 2만 9076명 줄었다. 계좌를 새로 개설한 사람보다 중도해지한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1만 5075명)에 이어 두 달 연속 가입자가 순감했다. 가입금액도 90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2개월째 1000억원을 밑돌았다.

ISA 출시 전 금융권의 기대는 컸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만능통장’보다는 ‘국민통장’으로 불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첫해 시장 규모가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올 1월 말 현재 ISA에 유입된 금액은 3조 5024억원에 불과하다. ISA 가입 요건을 갖춘 2300만명 중 10%만이 계좌를 개설했다. 출시 초기인 지난해 3월과 4월에는 각각 120만명과 57만명이 가입했으나 7월 1만명대로 확 줄더니 급속하게 인기가 시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일임형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0.61%, 6개월은 0.49%에 불과하다. 1%대 초반인 은행 정기예금 평균금리에도 한참 못 미친다. 금융사들은 최근 시장이 좋지 않았다고 강변하지만, 전문적인 운용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는 게 업계 내부의 자평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미는 상품임에도 혜택이 박한 것도 또 하나의 흥행 저조 이유다. 일반형의 경우 의무 가입기간 5년을 채우면 순익 2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준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실제로 감면받는 세금은 30만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중도 해지하면 일반 금융상품처럼 이자 소득에 15.4%의 세금을 물린다.

게다가 세원 파악이 쉬운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 등으로 가입 대상을 제한해 출발부터 ‘국민통장’으로 발돋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체면을 구긴 금융위는 하반기 중 세제 혜택과 가입 대상을 늘린 ‘ISA 시즌2’를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자면 관련법을 고쳐야 하는데 세제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ISA는 급속한 고령화 시대의 노후 대비 성격이 강한 만큼 정부가 세금 깎아주는 걸 아까워하다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ISA가 활성화되면 자본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돼 경제 전반의 활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주형 기자 herrmes@seoul.co.kr
2017-03-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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