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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의 발품 ‘진실’이라 믿고 책으로 펴냈다

20여년의 발품 ‘진실’이라 믿고 책으로 펴냈다

안동환 기자
안동환 기자
입력 2017-01-26 16:46
업데이트 2017-01-2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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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비망록을 만화로 풀어낸 ‘한국사 X파일’의 저자 김진명 인터뷰

“상업적인 소설을 쓰면서 역사 자체를 소설로 만드는 사람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아요.”(고대사 연구학자)

“그 사람은 소설가니까, 주장도 소설로 봐야죠. 학자는 절대 그런 글을 못 씁니다.”(근대사 연구학자)
김진명
김진명
●“소설가 나부랭이의 주장이라니…”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싸드’, ‘고구려’ 등의 소설가 김진명이 펴낸 책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새움) 내용과 관련한 질문에 내로라하는 역사학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책은 김 작가가 지난 20여년 동안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발품을 팔며 조사한 내용을 만화로 엮어낸 일종의 ‘취재 비망록’이다.

김 작가는 26일 “소설가 나부랭이의 주장이라고 무시하는데 직접 취재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나는 진실이라고 믿고 책으로 펴냈다”며 “이왕이면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자는 뜻으로 만화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2015년 ‘한국사의 비밀을 공개한다’는 취지의 스토리펀딩을 통해 모금된 1억원으로 책이 만들어졌다. 전국 도서관에도 무료로 배포됐다.

●광개토비 사라진 세 글자, 임나일본부설은 틀렸다

그의 취재 메모 중 광개토대왕비의 사라진 세 글자를 추적하는 내용은 현재까지도 다양한 설이 분분한 대왕비의 역사적 해석과 맞물려 흥미롭다. 첫 소설이자 출세작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출간된 1993년 그는 광개토대왕비의 사라진 세 글자를 찾겠다며 비가 있는 중국 지린성 지안으로 간다. 광개토대왕비에서 신묘년 기사 부분은 세 글자가 지워져 있다. ‘而倭以辛卯年來渡海破百殘□□□羅以爲臣民’(이왜이신묘년래도해파백잔□□□라이위신민)이라는 문장. 일본은 그 빈자리에 일본 서기에 나오는 ‘임나’라는 한자를 끼워 넣어 ‘왜가 신묘년에 바다를 건너 백제와 가야, 신라를 쳐부수고 신민으로 삼았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고 있다.

김 작가는 “당시에는 차단 시설이나 감시인이 없어 대왕비를 종일 관찰할 수 있었다”며 “신묘년의 사라진 글자를 찾겠다고 결심하면서 북한, 남한, 중국, 일본 자료를 닥치는 대로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가 발견한 게 중국 학자 왕건군이 남긴 대왕비 비문 초본의 마이크로필름. 그 필름에는 사라진 세 글자 중 첫 자로 ‘동녘 동’(東)이 기록돼 있었다. ‘동’ 자를 넣으면 비문은 ‘백제가 동으로 신라를 쳐서 신민으로 삼았다’는 완전히 다른 해석이 된다. 신묘년 기사의 다음 문장인 ‘광개토대왕이 수군을 거느리고 백제를 토벌했다’는 내용과 맞아떨어진다. 그는 대왕비의 진실을 추적한 내용을 소설 ‘몽유도원’에 담았다.

김 작가는 “1994년 일본 도쿄대의 광개토대왕비 연구자인 동양사 실장을 만나 초본의 동녁 동자를 보여줬더니 10분 동안 담배만 세 대를 피면서 답을 하지 못하더라”며 “그는 결국 임나일본부설은 틀렸다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박정희 암살은 美 CIA가 개입한 계획된 암살이다

김 작가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당시 주한미군 정보공작 총책임자였던 ‘존 천’이라는 인물을 미국에서 만나 취재한 내용을 중심으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우발적 살인이 아닌 미 중앙정보국(CIA)이 개입한 계획된 암살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이 입수한 조선 왕실 고문관인 이시즈카 에조의 비밀 보고서를 토대로 파헤친 명성황후 시해를 재구성하고, 이를 다룬 소설 ‘황태자비 납치사건’이 일본어 번역을 마치고도 일본 우익의 협박으로 출간되지 못한 사연도 공개했다.

X파일은 역사적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탄탄한 취재와 필력을 통해 교묘히 뒤틀어버리는 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다. 김 작가는 “저는 세상에 토해낼 뭔가가 있을 때만 글을 쓴다”며 “내 글들을 통해 잠들어 있는 우리 역사의식을 깨우고 싶다”고 말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2017-01-2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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