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美대사 이임회견서 “시원섭섭”…“헬스 운동복·야구장 치킨 못 잊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다. 귀감을 얻기 위해 앞으로 자주 돌아오겠다.”세준·세희 아빠의 작별 인사
2년 3개월의 임기를 마치고 오는 20일 한국을 떠나는 마크 리퍼트(왼쪽) 주한 미국대사가 13일 서울 중구 미국대사관저에서 이임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한국식 표현을 사용해 재회를 약속했다. 두 자녀를 모두 한국에서 출산한 로빈 리퍼트가 2015년 1월 태어난 아들 세준, 지난해 11월 태어난 딸 세희를 안고 남편의 기자회견을 지켜봤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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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피습을 당했던 리퍼트 대사는 “사건 이후 여러분들의 뜨거운 성원을 경험했다”며 “환대와 선의, 우정은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임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두 자녀 출산을 꼽았다. 리퍼트 대사 부부는 2015년 1월 태어난 아들에게 ‘세준’, 지난해 11월 태어난 딸에게 ‘세희’라는 한국식 중간 이름을 지어 줬다. 기자회견장에도 두 자녀를 대동했고, 세준군은 천진난만하게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그는 “가족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는 애국적 (미국) 시민임에도 한국을 떠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시원섭섭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흥미로운 한국 문화에 대해 묻자 “헬스장에 갔더니 모든 사람이 똑같은 운동복을 입고 있었던 것과 야구장에서 많은 한국인이 치킨을 먹었던 것”이라고 답했다.
야구광으로 특히 프로야구팀 두산베어스의 열렬한 팬인 리퍼트 대사는 “3월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팀과 미국팀이 만나기를 희망한다”면서도 “어떤 팀을 응원하겠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미국을 응원한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한 시간여 동안의 기자회견에서 5~6차례 울먹였다.
아내 로빈 리퍼트는 “세준이에게 국제적 시각을 가질 기회를 줄 수 있어서 좋았다. 세준이가 뽀로로를 너무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한·미 동맹에 대해 “역사상 최고의 상태”라고 자평하며 “21세기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다음 챕터(장)를 써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 제재의 핵심은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대화의 틀에서 박차고 나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기 때문에 (미국은) 제재 쪽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2017-01-14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