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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 작은 등불] “6·25 잊지 마세요”… 사진전에 담는 참전용사의 희망

[내 이웃 작은 등불] “6·25 잊지 마세요”… 사진전에 담는 참전용사의 희망

입력 2016-12-25 22:58
업데이트 2016-12-2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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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영정사진 프로젝트’ 김승우씨

“올해 3월 한국에서 6·25전쟁 참전용사의 영정 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확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참전용사들이 한 분이라도 더 건강할 때 빨리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념의 문제를 떠나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벌어졌던 전쟁의 참상을 몸으로 겪었고, 그 후유증과 평생 싸운 사람들이 있다는 걸 더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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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승우씨
사진작가 김승우씨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사진작가 김승우(28)씨는 “아직 영정 사진 프로젝트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본지 보도<4월 26일자 29면>가 나간 이후에도, 김씨는 참전용사들을 찾아 나섰고 총 37명을 카메라에 담았다. 지난 8월에는 이들을 한 명씩 다시 찾아 완성된 영정 사진을 전달했다. “영정 사진을 드리러 찾아뵜더니 ‘사진을 주지 않아도 좋으니까 전시가 이뤄져서 6·25전쟁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지금은 새해에 사진전을 열 계획으로 이제껏 촬영한 사진들을 전시용으로 재보정하고 있다. 군복무 때 찍은 사진까지 총 57개의 작품을 선보일 생각이다. 김씨는 미국 뉴욕대에서 사진을 공부하다 2010년부터 사진병으로 군대에서 복무했다. 2011년 6·25전쟁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참전용사 19명의 영정 사진을 찍었고, 이 경험이 프로젝트의 계기가 됐다.
 “전역 후에 대학을 졸업하러 미국에 갔는데 미국에서도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으로 불리더라구요. 한국전쟁에 참여한 군인들도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씨는 촬영을 위해 만난 참전용사 대부분이 ‘나만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에 수십년간 시달려 왔다고 했다. “가슴이 아팠죠. 트라우마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니 이분들은 치료도 받지 못했어요. 그래도 미국의 6·25전쟁 참전용사는 미국 정부에서 지원을 받아 의식주에는 큰 불편이 없었는데 한국의 참전용사는 대부분이 빈곤층이었어요. 안타까웠습니다.”
그의 프로젝트는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한 50여명의 기부자 때문에 가능했다. 김씨는 지난 10월 기부자에게 에코백, 엽서 등 기념품을 만들어 전달했다. “‘대가를 바라고 한 게 아니다’라며 주소도 알려주지 않는 기부자들도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응원의 마음을 모아 도전하는 단계였다면 새해는 이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려 합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2016-12-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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