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막말 쏟는 여야, 그래도 집회는 평화적으로

[사설] 막말 쏟는 여야, 그래도 집회는 평화적으로

입력 2016-11-18 18:14
업데이트 2016-11-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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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정치인들 촛불 폄하 부적절… ‘계엄령’ 발언도 사태 악화시킬 뿐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 주말 촛불집회가 오늘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광화문 일대에서만 50만명, 전국적으로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집회에 참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껏 지켜 온 평화집회의 기조가 혹여 흔들릴까 하는 점이다. 정국이 수습은커녕 갈수록 혼란스러워지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거칠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사모를 비롯한 일부 보수단체들이 대규모 맞불 집회를 열 계획이어서 촛불집회 참가자들과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친박계 일부 정치인들이 촛불집회에 대해 도발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문제다.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그제 100만 촛불을 겨냥해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고 발언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박 대통령 퇴진 운동과 관련해 “여론 선동으로 끌어내리겠다는 것은 인민재판”이라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과 비선 세력들에 의한 국정 농단에 분노해 거리에 나선 100만 국민의 촛불을 폄하하고 조롱한 것이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과 취소 과정에 좌파 배후세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색깔론까지 제기했다. 이들이 과연 국민이 뽑은 공복이 맞는지 믿기지가 않는다. 게다가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은 얼마 전까지 대통령 참모로서 이번 최순실 사태를 방조한 사람들이다. 책임을 지고 당장 당직에서 물러나도 모자랄 판에 민심을 왜곡해 국민의 분노 수치만 높이고 있다.

여기에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이 계엄령까지 준비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는 말로 타오르는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런 미확인 발언은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당장 우익단체들은 추 대표를 형사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한 이런 언행은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국민이나 야당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국민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면서 평화집회를 열어 왔다. 집회가 끝난 뒤 광화문 일대는 쓰레기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했다. 1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한데 모여 대통령 퇴진을 외치면서 그렇게 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오늘 열리는 촛불집회는 평화집회 정착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다. 지난 주말 집회 때보다 여건이 안 좋기 때문이다. 폭력을 부추기려는 듯한 발언이 쏟아져 국민을 자극하고 있는 데다 집회 중 박사모와 엄마부대 등의 행렬과 마주칠 수도 있다. 폭력사태는 시민 안전을 해칠 수 있고, 이는 촛불집회의 본질을 흐리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집회 중 어떤 상황에서도 폭력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 ‘폭력 유발자’들을 딛고 끝까지 평화의 촛불을 밝히는 것이 진정한 민주 시민의 힘이다.
2016-11-1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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