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진 대처 제대로 못하면 정부 신뢰 잃는다

[사설] 지진 대처 제대로 못하면 정부 신뢰 잃는다

입력 2016-09-20 23:04
업데이트 2016-09-21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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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위협하는 공포’의 현실화 ‘무대책 정부’ 이제라도 벗어나야

지진의 공포가 엄습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지진을 현실감 있게 느끼지 못한 지역도 물론 적지 않다. 하지만 진앙인 경주를 비롯한 영남 일대 주민에게 지진은 관념적인 위협이 아니라 눈앞에 닥쳐 온 현실적 두려움이다. 지난주 강도 5.8 지진에 놀란 주민들은 그제 밤 4.5의 여진에도 내 집 안방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운동장으로, 체육관으로 몰려나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이러다가 자칫 내가, 또 내 자식들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공포를 이 지역 사람들은 실감하고 있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지금 정부에 “우리는 북핵보다 지진이 더 무섭다”고 외치고 있다. 북핵 대응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정부의 지진 대응이 상대적으로 무성의하게 느껴지는 것이 답답하다는 뜻이다.

경주 지진에 국민안전처의 무능을 탓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주 지진 당시 9분이 지나서야 재난 문자를 보내 엄청난 질책을 감수했으면서도 그제는 문자 발송 시간을 앞당기기는커녕 오히려 3분이 더 늦었다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안전처에는 지진 피해 예방 대책을 세우고 지진이 일어났을 때 신속히 복구하는 역할이 맡겨진 지진방재과라는 조직도 있다. 그렇다고 안전처에만 지진 피해의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공정치 않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는 이웃 나라의 잇따른 강진을 먼 산 불구경하듯 지켜보기만 했다. 우리에게 그런 지진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다. 지진 불감증은 정부 내부에 그치지 않고 나라 전체에 퍼져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강진이 현실화된 마당에는 정부부터 깨어났어야 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일자리가 없는 젊은이들에게는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을 펴야 마땅하고, 일하고도 대가를 받지 못한 근로자들을 대신해서는 임금도 받아 주어야 한다. 질병에 시달리는 국민에게 효과적인 의료 대책을 세워 줘야 하고, 사람다운 삶을 위한 교육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책무는 생명을 지켜 주는 것이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기에는 힘이 부치더라도 최소한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는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지금 가장 중요한 ‘생명의 위협에 대한 공포’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이제라도 정부는 총력을 기울여 지진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것도 진도 7.0 이상의 강진을 상정해야 할 것이다. 국민안전처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비겁하다. 국정 조정 기능이 있는 국무총리실이 정부와 민간 역량을 총동원해 대책을 마련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지진 피해 지역을 찾아 주민들을 위로하고 원자력발전소 안전을 직접 챙긴 것은 적절했다. 현실로 닥친 강진 공포를 나 몰라라 하는 정부에 신뢰를 보내는 국민은 없다. 늦었지만 국민의 믿음을 되찾는 방안을 정부는 깊이 고민하기 바란다.
2016-09-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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