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불신에… 생존키트 사고 지진 앱 깔고

불안·불신에… 생존키트 사고 지진 앱 깔고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16-09-20 23:04
업데이트 2016-09-21 03:5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스스로 지진 대비하는 시민들

담요 등 담긴 재난 구호키트 구입
신뢰도 높은 日지진 알림 앱 설치
학교들은 수학여행 등 잇단 취소
지진 교육하는 안전체험관 인기

“가방 머리에 이고…”
“가방 머리에 이고…” 경북 경주에 규모 4.5의 여진이 발생해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지동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머리를 가방으로 보호하며 지진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난 지 1주일 만에 규모 4.5의 여진이 발생하면서 재난 구호키트를 마련하거나 재난교육시설을 방문하는 등 지진에 대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경주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발밑 진동을 측정하는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는가 하면, 일본의 지진 예보 앱(한국어 버전)이 인기를 끈다. 지진 발생 가능성은 높아지는데 지진 예측에 실패하고 뒤늦은 지진 알림 문자를 보내는 기상청, 국민안전처 등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생긴 변화다.

회사원 김대영(32·경북 포항)씨는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핫팩, 상비약, 반창고, 물티슈, 담요 등이 들어 있는 7만원 상당의 재난 구호키트를 구입했다”며 “국산은 믿을 수 없어서 일본 제품을 해외 직구로 샀다”고 말했다. G마켓, 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도 4만~10만원대의 지진 재해 세트 등 재난용품에 대한 구매 문의가 늘었다고 전했다.

경주 수학여행을 취소하거나 장소를 변경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20일 대전·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전시내 초등학교 3개교가 이번 주 예정됐던 경주 현장체험학습 계획을 취소했다. 세종시에서도 10월 경주 수학여행을 계획했던 4개 학교가 여행지를 변경했다. 직장인 류수지(28)씨는 “한 달 전에 예약했던 2박 3일 경주 여행 일정을 지난 19일 취소했다”며 “재차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서워서 도저히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보라매안전체험관,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등 지진 대피 요령을 가르치는 기관들에도 방문객이 몰렸다. 보라매안전체험관 관계자는 “인터넷 예약이 이미 마감됐는데도 추가로 지진 체험을 할 수 없느냐는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에서는 진동 규모를 수시로 확인하는 진동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진 발생 15분이 지나서야 국민안전처의 지진 알림 문자가 도착하는 상황에 대비해 스스로 측정 수단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일본의 지진 예보 및 알림이 앱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일본 방송사 등에서 운영하는 지진 알림이 앱은 일부 한국어 지원도 가능해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확산되고 있다.

주부 송모(45·울산 남구)씨는 “우리나라 기상청이 지진 관측 등에서 틀리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일본의 앱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울산 지역 화재보험회사에는 지점별로 지진 특약 상품에 대한 문의가 하루 5~10건 들어오고 있다. 지진 피해 지역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입력해 만드는 커뮤니티 매핑센터의 ‘지진 피해 상황 지도’(mapplerk3.com/earthquake)도 인기다. 건물·도로 붕괴와 같은 피해 상황과 원전 가동 여부를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서울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2016-09-21 10면
많이 본 뉴스
종부세 완화, 당신의 생각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1가구 1주택·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완화해야 한다
완화할 필요가 없다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