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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만 기다리는 ‘낙동강 녹색지옥’

태풍만 기다리는 ‘낙동강 녹색지옥’

강원식 기자
입력 2016-08-23 23:24
업데이트 2016-08-24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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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류 구분 없이 녹조 뒤덮여 일부 지역은 농업용수로도 못 써

당국 “태풍이 강 전체 뒤엎어야”
환경단체 “4대강 사업에 물 갇혀… 수문 열어 물 흐름 빠르게 해야”

1300만명 영남시민의 식수원인 낙동강이 상류부터 하류까지 녹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녹조로 퍼렇다. 이 녹조는 8월 폭염에 더 짙어지고 있다. 창녕함안보는 23일 조류경보 ‘경계’도 발령됐다. 지난 6월 23일부터 7월 5일까지 조류경보 중 경계가 내려졌다가 해제된 뒤로 두 달 만에 다시 돌아온 경보다. 조류경보제는 일주일에 한 번 조류농도를 측정해 유해남조류가 2번 연속 1만 이상이면 경계 단계가 발령된다. 워낙 유속이 느린 데다 강의 수온도 33도까지 달아올라 녹조 번식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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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11일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이 낙동강 하류인 경남 창원시 본포교 아래 위치한 본포취수장으로 녹조가 흘러들어 가자 호스로 물을 뿌려 막고 있다. 연합뉴스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11일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이 낙동강 하류인 경남 창원시 본포교 아래 위치한 본포취수장으로 녹조가 흘러들어 가자 호스로 물을 뿌려 막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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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이날 “현재 낙동강 녹조는 사람 힘으로는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으로, ‘효자 태풍’이 와서 강 전체를 휩쓸어 가는 것이 유일한 최선의 해결책”이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낙동강환경청과 환경단체, 낙동강변에 사는 주민은 낙동강 녹조가 2013년부터 매년 발생하고 악화됐다고 증언한다. 올해는 예년보다 빠른 지난 5월부터 녹조가 나타났는데, 마침 지난 7월 초 장맛비로 보 수문을 열고 방류를 하자 사라졌다. 8월부터 폭염이 시작되고, ‘여름 가뭄’이 진행되자 낙동강 상류 낙단보에서 칠곡보를 거쳐 하류인 함안보까지 낙동강 전체가 녹조로 퍼렇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낙동강에 녹조가 발생했지만 그때는 하류 쪽이 심했다”며 “지금은 양상이 거꾸로 돼 중상류가 더 심하고 하류는 그나마 괜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국토청과 한국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는 녹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6월 29일과 8월 16일 두 차례에 걸쳐 낙동강 보 수문을 열고 ‘펄스(Pulse) 방류’를 했다. 펄스 방류는 한꺼번에 많은 물을 흘려 강물 흐름 속도를 빠르게 해 강물 중·하류층이 뒤섞이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16일 낙동강 중·하류에 있는 칠곡보와 강정고령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5개 보의 수문을 동시에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열어 3400만t의 물을 흘렸다.

환경단체 등은 펄스 방류가 녹조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수문을 완전히 개방해 강물을 흐르게 하는 것만이 녹조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강조한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처장은 “강물이 보에 갇혀 있는 데다 수온이 올라가자 여지없이 녹조가 발생했다”며 “수문을 상시적으로 열어 두는 것 이상의 좋은 방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정 처장은 “완전 수문 개방이 어렵다면 관리 수위라도 낮춰 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낙동강환경청과 부산국토청도 펄스 방류로만으로는 녹조 해결에 역부족임을 인정하지만, 녹조 발생 원인은 다른 데서 찾고 있다. 부산국토청과 낙동강환경청은 “보를 건설해 유속이 느려진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녹조가 더 심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낙동강환경청 수생태관리과 이창언 팀장은 “녹조는 알갱이가 휴면포자 상태로 강바닥 퇴적층 아래에 잠복해 겨울을 보낸 뒤 발생과 휴면을 반복한다”며 “낙동강 보가 완성된 2013년부터 올해까지 큰 태풍이 한 번도 오지 않아 강바닥 퇴적층이 제대로 쓸려 간 적이 없었다는 것이 보 건설보다 더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재현 인제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녹조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대규모 준설과 보 건설로 물 흐름이 느려진 탓”이라며 “지금보다 수심이 반 이하로 낮아지더라도 수문을 열어 물 흐름을 빠르게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박 교수는 “4대강 사업 전에는 낙동강 녹조가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했지만, 지금은 상류까지 발생하고 기간도 길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낙동강의 보는 지하수위 유지와 가뭄 대비, 비상용수 공급 등을 위해 건설된 다기능 보이기 때문에 보 문을 항상 열어 놓을 수 없다고 밝힌다는 데 있다. 부산국토청 하천계획과 서호규 팀장은 “비가 많이 내려야 모든 보 수문을 열 텐데 현재 그렇지 못하니 일주일에 한 차례꼴로 펄스 방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최근 논평을 통해 “녹조 문제는 갇힌 물이 흘러가도록 보 수문을 열면 해결되는데, 그걸 정부만 모르고 있다”면서 “4대강 조사위원회가 지난 6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함안보와 달성보의 BOD/COD는 4~5등급까지 곤두박질쳐 농업용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낙동강 녹조가 매년 반복되고 해마다 악화되자 정치권도 관심을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강정고령보와 매곡정수장 등 낙동강 녹조 현장을 확인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은 최근 ‘4대강 사업 검증(조사·평가) 및 인공구조물 해체와 재자연화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2016-08-24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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