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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박테리아와 전쟁… 항생제 처방 절반 줄인다

슈퍼박테리아와 전쟁… 항생제 처방 절반 줄인다

입력 2016-08-11 22:42
업데이트 2016-08-1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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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부처 첫 합동 대책 마련

정부가 신종 감염병 이상의 파급력을 지닌 항생제 내성균, 이른바 ‘슈퍼박테리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5개년 관리대책을 수립해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을 2020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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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1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6회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항생제 관리를 강화하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2016~2020년)을 확정했다. 그동안 항생제 관리는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이뤄져 왔다. 보건당국은 물론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한 것은 처음이다.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항생제 남용으로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이 출현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더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2020년까지 인체 항생제 사용량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5년간 집중적으로 관리할 대상은 항생제를 남용하는 의료기관이다. 정부는 우선 의료기관이 감기 등 항생제가 필요없는 질병에도 항생제를 처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의료기관에 지급하는 수가(의료행위에 대한 대가)를 깎기로 했다. 지금도 적정성 평가를 거쳐 필요 이상 항생제를 처방하면 외래관리료의 1%를 지급하지 않고 있지만 이제부터는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3%를 깎는다. 감기 환자가 항생제 처방을 요구한다고 무조건 들어줬다가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감기의 원인은 대부분 여러 종류의 바이러스인데, 아직 효과적으로 이런 바이러스를 억제하거나 죽이는 약은 없다. 항생제를 복용한다고 감기가 낫진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감기 항생제 처방률은 44~45%로 네덜란드(14.0%), 호주(32.4%) 등 다른 국가보다 훨씬 높다.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서 국민 51.0%가 ‘항생제가 감기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하는 등 항생제를 만병통치약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어서다. 정부는 의료기관 관리와 인식 개선을 통해 감기 항생제 처방률을 현재의 절반 수준인 22%까지 낮추고 전체 인체 항생제 사용량도 지금보다 20% 포인트 떨어뜨리기로 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체 항생제 사용량은 31.7DDD(의약품 규정 일일 사용량)다. 이는 하루 동안 1000명 중 31.7명이 항생제를 처방받고 있다는 의미다. OECD 국가 가운데 우리와 항생제 사용량 산출 기준이 유사한 프랑스 등 12개국의 평균 사용량은 23.7DDD로,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량이 OECD 평균보다 33.8% 많다.

이미 발생한 내성균이 퍼지지 않도록 병원 감염관리도 강화한다. 지금까지는 A병원에 있던 환자가 B병원으로 옮기면 B병원은 이 환자가 어떤 내성균을 가졌는지 알 방도가 없었지만 앞으로는 의료기관끼리 환자의 내성균 정보를 공유해 실시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의 내성균도 철저히 관리하기로 했다. 항생제 내성균은 주로 사람 간 접촉을 통해 전파되지만 항생제를 지나치게 맞아 내성균이 생긴 고기를 먹었을 때도 감염된다. 식용 동물에게 퀴놀론계 항생제를 사용한 이후 사람에게서도 해당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이 급속히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정부는 항생제 사용 기준을 준수한 농장만 공신력 있는 식품안전관리 인증기준인 ‘해썹’(HACCP) 마크를 달 수 있게 했다. 항생물질 검사 대상도 현재 고기와 계란에서 우유와 수산물로 확대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6-08-1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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