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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빛과 어둠/박홍환 논설위원

[길섶에서] 빛과 어둠/박홍환 논설위원

박홍환 기자
입력 2016-07-06 22:46
업데이트 2016-07-0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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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새벽 1시쯤 하루 공부를 마치고 책상 위 불을 끄면 방 안은 이내 칠흑 천지로 바뀌었다. 한 줄기 빛조차 용납 않는 순흑(純黑)의 어둠, 그 자체다. 두 손을 더듬어 방바닥에 펼쳐진 이부자리를 찾아 기어들어가 몸을 누일 때까지 시각은 완전히 차단된다. 그럴 때마다 캄캄한 광 속에 갇힌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진한 어둠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시신경이 포착해 어슴푸레 책상이며, 액자며 윤곽을 드러내면 비로소 모든 걱정을 거둬들이고 진한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는 진리는 그때 깨우쳤다. 유리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고작 한 가닥 별빛이 거대한 검은 쇳덩어리 같은 순흑의 어둠을 몰아냈다.

나이가 들면서 빛이 거북해지고 있다. 어두운 색깔의 커튼으로 창문을 꼭꼭 가리지 않으면 불을 꺼도 밤이 아니다. 창밖의 붉은 네온사인이 숙면을 방해한 지 오래됐다. 이쯤 되면 빛 공해라고 할 만하다. 빛과 어둠이 매일 절반씩 서로 자리를 내주라는 게 하늘의 뜻이지만 인간들은 밤을 낮같이 오히려 더 밝게 만들겠단다. 어릴 적 두려워했던 그 진한 어둠이 오히려 이제는 그립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2016-07-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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