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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수당 훔치는 공무원들…가짜 손가락 만들어 지문인식

야근수당 훔치는 공무원들…가짜 손가락 만들어 지문인식

김유민 기자
김유민 기자
입력 2016-06-16 14:15
업데이트 2016-06-1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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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수당 훔치는 공무원들
야근수당 훔치는 공무원들
2014년 6월 27일 오후 9시 충북도청 직원 A씨는 음주 교통사고를 냈다. 혈중 알코올농도 0.154%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가 신호 대기 중인 차량을 뒤에서 들이받았다.

경찰 조사를 끝내고 귀가 조처된 A씨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황당하게도 도청 사무실을 찾아가 지문 인식기에 지문을 찍었고, 음주 교통사고를 낸 와중에도 초과근무 수당을 챙겼다.

그는 징계 대기 중 이런 행동을 한 사실이 드러나 괘씸죄까지 적용돼 ‘정직’ 처분을 받았다. 이 공무원은 그러나 작년 11월 해임된 경북의 소방공무원 2명에 비하면 양반이었다.

이들 소방공무원이 초과근무수당을 부당하게 챙기기 위해 고안해낸 수법은 기상천외했다. 실리콘으로 만든 자신들의 손가락 본을 부하 직원들에게 주고 야근을 한 것처럼 지문 인식기에 체크하도록 했다.

챙긴 돈은 각각 300만원대였다. 이들은 초과근무수당 전액을 환수당했고 해임됐다. 부당 수령액의 3배가 되는 징계부가금도 물어야 했다. 300만원의 ‘공돈’을 챙기다 평생직장을 잃었다.

제주에서는 작년 7월 초과 근무수당을 허위로 챙긴 공무원 12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초과근무를 하지 않았으면서도 자신들의 근무처가 아닌 다른 곳의 출·퇴근 지문 인식기에 지문을 인식, 야근 시간을 조작했다.

경찰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경찰청 교통순찰대 소속 B경감은 지난해 2∼5월 사무실에 있으면서 순찰 현장 근무자에게 지급하는 시간 외 초과근무 수당 110여만원(107시간)을 받아 챙겼다.

자체 감찰 결과 B경감 외에도 교통순찰대 소속 대원 28명이 같은 방법으로 최소 3시간에서 최대 42시간까지 초과근무 수당을 부당하게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10년 전만 해도 지방자치단체 서무 담당 공무원들이 매일 하는 주요 일과 가운데 하나는 부서원 출·퇴근 시간 ‘조작’이었다. 모든 부서원의 출근 시간은 오전 8시, 퇴근 시간은 오후 11시로 기록됐다. 언제 출·퇴근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공공연한 관행이었고, 그걸 트집 잡거나 문제 삼는 사람도 없었다.

근무하지 않고도 초과근무 수당을 챙기는 것인데, 한 달이면 1인당 평균 60시간이 넘는 초과근무 시간이 발생했다. 그렇게 해서 챙긴 초과근무 수당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은 부서 회식비 등 ‘공적 자금’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2007년 1월 경기도 수원에서 이런 초과근무 수당 부정 수령 관행의 민낯이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2002년부터 5년간 부당하게 수령한 초과근무 수당 액수가 무려 333억4천700만원에 달한 것으로 경기도 감사 결과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지자체와 교육청 등 전국 곳곳에서 초과근무수당 부당 수령 행태가 속속 드러났다. 주먹구구식 수당 신청 시스템이 문제였다.

서류로 작성하거나 카드로 체크하는 방식으로 초과근무 시간을 파악하는 구조여서 어렵지 않게 허위 기재, 대리 체크가 가능했다. 부서원들이 묵인하고 공조하면 얼마든 조작이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공무원 야근수당 조작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지문 인식기가 도입됐다. 본인만이 체크할 수 있어 부당하게 초과근무 수당을 챙기는 일은 사라질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시스템도 이제는 구닥다리가 됐다. 초과근무수당 부정 수령 파문 이후 10년이나 흘렀지만 여전히 공무원들이 근무 시간을 속여 야근수당을 챙기고, 공직사회의 단속은 느슨하다는 의혹이 여전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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