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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87년 체제’ 극복할 개헌 공론화 필요하다

[사설] ‘87년 체제’ 극복할 개헌 공론화 필요하다

입력 2016-06-14 22:50
업데이트 2016-06-14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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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개헌론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원식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공식으로 제기한 이후 정치권에서 서서히 논의가 확대되는 모양새다. 내년이면 30년을 맞는 이른바 ‘87년 체제’가 수명을 다했다는 공감대 속에서 여야 중진들은 물론 일부 대선 주자들까지 개헌론에 합세하는 형국이다. 개헌론을 둘러싼 기류는 복잡하다. 집권 후반기를 맞은 청와대는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고 집권 실세인 친박계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과 관련해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에 동조하는 기류가 있다. 야권은 ‘87년 헌법’이 소기의 성과를 거뒀지만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에 비효율적이라는 인식 속에서 개헌론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87년 체제는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 폐지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제9차 개헌을 통해 출범했다. 당시 6월 항쟁 이후 독재 청산이란 시대 정신을 구현한 87년 체제 덕에 장기 집권이 봉쇄되고 국민에 의한 평화적 정권교체가 정착되는 등 성과도 많았다. 하지만 과도하게 대통령 일인에게 권력이 집중된 통치 시스템에서 정권을 쥐려는 여야의 극한적 대립에 국정은 늘 불안한 상태로 유지됐다.

대통령 임기 5년 내내 이어지는 청와대의 독주가 논란이 됐고 주요한 국가 정책은 후임 대통령이 고의로 단절시켜 5년 이상 지속하는 정책 자체가 손으로 꼽을 정도다. 이명박 정권 시절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던 자원외교나 녹색성장 정책이 현 정부 들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87년 체제와 전혀 다른 상황이다. 현재의 국가 시스템은 저성장과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의 구조적 문제는 물론 갈수록 커지는 빈부 격차에도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양당 체제를 무너뜨린 4·13 총선 민의 저변에 새로운 국가 통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경고가 담겨 있다.

집권 후반기 여소야대로 재편된 정국에서 개헌론이 화두가 되면 국정 동력이 급격하게 약화돼 각종 국정 개혁과 민생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개헌과 관련해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 개편 방안과 시기 등을 놓고 정당별, 차기 대선 주자별로 입장 차가 큰 것도 사실이다. 자칫 청와대가 우려하는 ‘개헌 블랙홀’로 빠져들 개연성은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국가 백년대계를 새롭게 세워야 한다는 논의 자체를 언제까지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헌 논의도 골든타임이 있다. 대선 정국에 올인하기 전인 올해 말까지가 적기다. 우리 국민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체험했다. 정치권이 경제와 민생이라는 당면 국정 현안을 제쳐 놓고 개헌에 몰두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는 시급한 국정 현안을 정상적으로 논의하면서 한쪽에서 개헌특위 등을 통해 로드맵을 차분하게 만들어 가는 투 트랙 방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급변하는 글로벌 시대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국가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더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2016-06-1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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