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 사진 된 열아홉 김군의 졸업사진

영정 사진 된 열아홉 김군의 졸업사진

명희진 기자
명희진 기자
입력 2016-06-09 23:00
업데이트 2016-06-10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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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희생자 눈물의 발인

교복 입은 앳된 모습으로 떠나… 모친 “가지마 우리 아들” 오열
사고 지점에 위령표지판 설치

“가지 마, 우리 아들. 제발 가지 마, 제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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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서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모씨의 발인이 열렸다. 이날 유가족이 김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9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에서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숨진 김모씨의 발인이 열렸다. 이날 유가족이 김씨의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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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은 메모와 검은 리본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9일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은 메모와 검은 리본으로 고인을 추모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9일 오전 10시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열아홉살 아들의 발인이 시작되자 어머니는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며 소리쳤다.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진 김모(19)씨의 고등학교 졸업 사진은 1년도 채 안 돼 영정 사진이 돼 놓여 있었다. 회색 교복 조끼를 반듯하게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유가족들은 그간 다녀간 수많은 정치인과 시민들의 추모에 감사하지만 많은 관심과 취재 열기에 크게 지친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씨의 이모는 “시민장으로 치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난 12일 동안 가족들은 추모할 여유조차 없었다”며 “발인식만큼은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2일째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내 가족이 떠나간 슬픔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빈소 입구에는 ‘유족의 얼굴을 촬영하거나 음성 녹음을 해서 소셜미디어(SNS)에 올리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위패에도 이름이 아닌 ‘김군’ 두 글자만 적혀 있었다. 장례식장의 한 직원은 “세간에 크게 알려지면서 겪어야 했던 힘든 심경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운구차 뒤로 고인의 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장례식장은 울음바다로 변했다. 신발을 신을 힘마저 잃은 듯한 고인의 어머니를 위해 고인의 아버지가 무릎을 꿇고 신발끈을 묶어 줬다. 잠시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던 어머니는 곧 바닥에 주저앉아 아들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다른 가족의 도움을 받아 겨우 몸을 일으킨 고인의 부모는 힘겹게 운구차에 올라타 화장터가 있는 서울 서초구 추모공원으로 향했다.

빈소에는 김씨가 몸담았던 은성PSD 노동조합과 원청인 서울메트로에서 보낸 화환이 나란히 서 있었다. 서울메트로는 김씨가 인생의 목표로 삼았던 ‘꿈의 직장’이었다.

‘똑똑하지도 힘도 세지 않지만 살아 있는 우리가 대신할게’, ‘친구야 내가 잊지 않을게. 그곳에서 편히 쉬어’ 등 시민의 메모들이 장례식장 밖 버스정류장 주변에 붙은 채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지난 8일 진행된 시민 추모식에 게시됐던 글들이다. 서울메트로는 김씨의 명예회복과 시민 추모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유족과 협의해 사고 발생 지점 주변에 추모 문구를 담은 위령표지판을 설치할 예정이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2016-06-1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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