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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로의 아침] 또다시, 최강희와 퍼거슨/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또다시, 최강희와 퍼거슨/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최병규 기자
입력 2016-05-25 18:08
업데이트 2016-05-2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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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한 팀에서 무려 11년이나 지휘봉을 잡은 프로축구 K리그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은 종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에 비유된다. 장기 집권의 화려한 경력도 그렇거니와 각자가 풍기는 캐릭터 또한 워낙 독특하기 때문이다.

경기 내내 쉴 새 없이 껌을 씹어 대는 퍼거슨 감독을 두고 유럽축구 좀 안다고 하는 국내 중고생 축구팬들은 그를 ‘껌거슨’으로 부른다. 최강희 감독은 시골 아저씨 같은 독특한 외모 덕(?)에 ‘봉동 이장’이라는 별명을 일찌감치 얻었다.

자신들만의 확고한 축구 철학으로 팀을 이끌어 나가는 추진력도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퍼거슨 감독은 맨유를 처음 맡은 뒤 팀의 전권을 장악했다. 규율과 원칙을 바탕으로 팀의 기강을 바로잡았다. 두 시즌 연속 프리미어리그 10위 밖을 맴돌면서 경질설이 고개를 들었지만 부임 4년 만에 FA컵을 제패하면서 곧바로 수그러들었다.

최 감독은 더했다. 당시 전북은 지방의 비인기 구단에 불과했던 터라 마음에 둔 선수를 들이기도 쉽지 않았다. 성적 부진 끝에 목이 달아날 뻔도 했지만 2009년 이동국, 김상식을 영입해 팀의 두 기둥을 세우면서 축구 명가의 틀을 잡아 가기 시작했다. 수비 위주의 ‘안전빵 축구’가 만연했던 K리그에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새로운 헤게모니를 수립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올 초 전북과 2020년까지 재계약하면서 ‘15년 장기집권’의 발걸음을 떼었다. 단일팀 최다승(161승), 최다 리그 우승(4회), 창단 첫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2006년) 등 숱한 업적을 일궈 낸 뒤 받은 또 하나의 ‘훈장’인 셈이다.

그러나 최 감독을 바라보면서 동시에 퍼거슨을 떠올리는 건 ‘성공만큼이나 어려운 게 장수(長壽)’라는 격언 때문이다. 최근 전북 스카우터의 심판 매수 사실이 불거지면서 최 감독은 일생일대의 최대 위기에 몰렸다. 그는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 즉각 “감독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전적으로 감독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직접적으로 ‘사퇴’라는 단어는 쓰지 않았지만 언제든 사퇴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 기자회견을 바라보는 시각은 불행하게도 ‘그럴 리가…’로 기울어진다. 최 감독은 ‘구단 스태프가 사전에 제대로 보고만 해 줬어도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뉘앙스로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여운을 남겼다.

한 팀에서만 10년 넘게 지휘봉을 틀어쥔 사람인데 팀이 돌아가는 상황을 몰랐다는 것이다. 물론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알았다면 거짓말을 한 것이고, 몰랐다고 해도 관리 부실의 책임을 피해 갈 도리가 없어 보인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출간된 한 축구 서적은 ‘축구는 약 4만명의 주주들 앞에서 여는 주주총회와 같다’고 썼다.

또다시 K리그가 심판 매수 사건에 휘말린 지금 가장 두려워할 것은 퍼거슨과 맨유에 비견되던 최 감독과 전북의 몰락이 아니라 ‘주주’들의 싸늘한 눈초리다.

cbk91065@seoul.co.kr
2016-05-26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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