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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부커상 한강 “상은 중요하지 않아…다시 글 쓰고 싶어”

맨부커상 한강 “상은 중요하지 않아…다시 글 쓰고 싶어”

입력 2016-05-24 11:35
업데이트 2016-05-2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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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후 첫 기자회견…“수상 예상 못해…11년 전 소설로 상 받으니 이상해” 신작 ‘흰’ 소개…“인간의 밝고 존엄한 지점 바라봐”

“상은 책을 쓴 다음의 아주 먼 결과잖아요.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지난 17일 영국의 세계적인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은 2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노벨상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글을 쓸 때 과연 완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과 할 수 있을 거라는 바람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다가 ‘어떻게 되긴 됐네’ 이런 느낌으로 완성한다. 그렇게 글쓰는 입장에서는 상이라든지 그 다음의 일들에 대해서까지 생각하기는 여력이 부족하다”며 몸을 낮췄다.

지난 19일 오전 조용히 귀국해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그는 이날 수상 후 처음으로 국내 언론과 만나 그간의 감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

단정한 감색 원피스 차림으로 오전 11시5분께 기자간담회 장소인 홍대입구 인근 카페에 들어온 그는 사진 플래시가 쏟아지자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그는 “사실 영국에는 출판사 편집자와 신작 출간을 상의하려고 가벼운 마음으로 갔고 수상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먼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인사했다.

또 수상 당시를 돌이켜 “그때 시차 때문에 거의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졸린 상태였다. 현실감 없는 상태로 상을 받은 것 같다”며 “마음이 담담했던 가장 큰 이유는 책을 쓴 지 오래돼서 그런 것 같다. 11년 전 소설이 그렇게 많은 시간을 건너서 이렇게 먼 곳에서 상을 받는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고 떠올렸다.

수상 이후 전과 달라진 게 있는지 묻자 “잘 모르겠다. 여기 올 때 지하철을 타고 왔는데, 아무런 일도 생기지 않았다. 바라건대 아무 일 없이 예전처럼 잘 살고 싶다”고 답해 웃음을 줬다.

그는 “오늘 이 자리가 끝나면 얼른 돌아가서 지금 쓰는 작업을 하고 싶다”며 “더 드릴 말씀은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글을 써가면서 책의 형태로 여러분께 드리고 싶다. 최대한 빨리 제 방에 숨어서 글을 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수상 이후 ‘채식주의자’를 사보는 독자들에게는 “이 소설이 좀 불편할 수 있는 작품이라서 하나의 질문으로 읽어주셨으면 한다. 11년 전 던진 질문으로부터 저는 계속 나아갔고 지금도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말씀을 새 독자들에게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또 “희망하는 점이 있다면 그 소설만 읽으시지 말고 제가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는 동료 선후배 작가들이 많은데 조용히 묵묵하게 방에서 자신의 글을 쓰시는 분들의 훌륭한 작품도 읽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행사는 한강이 25일 출간하는 신작 소설 ‘흰’(문학동네 난다)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65편의 짧은 글로 이어진 이 책은 하나의 주제의식과 이야기를 가진 소설이면서 동시에 각각의 글이 한 편의 시로도 읽힐 만큼 완결성을 지녔다.

그는 “‘채식주의자’는 우리가 이토록 폭력과 아름다움이 뒤섞인 세계를 견딜 수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끝났고 이후 우리가 이 삶을 살아내야 하는가, 그렇다면 인간의 어떤 지점을 바라봐야 하는가 라는 식으로 질문이 이어졌다”며 “인간의 밝고 존엄한 지점을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해 나온 게 ‘흰’”이라고 소개했다.

몇 년 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수개월간 머물렀다는 그는 “폭격으로 파괴됐다 재건된 그 도시를 닮은 사람을 떠올렸고, 그 사람이 내가 태어나기 전 이 세상에 잠시 머물렀다 떠난, 말하자면 저의 언니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그 사람에게 삶의 어느 부분을 주고 싶다면 그건 아마 흰 것들이라고, 더럽히려야 더럽힐 수 없는 투명함이나 생명, 빛, 밝은 눈부심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한강은 미디어 아티스트 차미혜 작가와 함께 ‘소실·점’이라는 제목의 전시도 연다. 다음 달 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성북구 ‘오뉴월:이주헌’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작가가 ‘흰’을 주제로 표현한 4개의 퍼포먼스 영상을 보여준다.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를 위한 옷을 만들고, 씻고, 다하지 못한 말을 가두고, 시간을 견디며 걷는 등의 행위를 표현했다.

‘흰’은 벌써 영국과 네덜란드에 판권이 팔렸고 영국에서는 데버러 스미스의 번역으로 내년 하반기 출간될 예정이다.

한강은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스미스에 대해 “정확하게 감정과 톤을 그대로 번역해 뭔가 맘이 통했다고 느꼈고 굉장히 신뢰를 갖게 됐다”며 “좋은 번역가와 외국 편집자들이 한국문학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이런 일(맨부커 수상)이 화제가 되지도 않을 만큼 아주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100명이 넘는 취재진이 몰려 한강에 쏟아진 관심을 보여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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