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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태아도 살균제 피해 인정… 존 리, 한국말로 “가슴 아프다”

檢, 태아도 살균제 피해 인정… 존 리, 한국말로 “가슴 아프다”

송수연 기자
송수연 기자
입력 2016-05-23 23:14
업데이트 2016-05-24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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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산모 통해 노출된 태아 3명 폐 손상·살균제 인과관계 인정

서울대 옥시 보고서 결정적 근거
보고서 조작 교수 오늘 구속기소
옥시 외국인 前대표 첫 소환
피해 가족 등 “사과하라” 몸싸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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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자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의 존 리(가운데) 전 대표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존 리 전 대표 주변을 감싸며 ‘옥시 제품 사지 말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자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의 존 리(가운데) 전 대표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존 리 전 대표 주변을 감싸며 ‘옥시 제품 사지 말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태아일 때 산모를 통해 살균제에 노출됐다가 피해를 본 사례에 대해서도 인과관계를 인정하고 피해자에 포함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3일 정부 폐손상조사위원회 2차 조사에서 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 신고자 태아 3명을 피해자 범위에 포함해 범죄 사실에 포함시키기로 잠정 결론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2명은 태아 시기에, 다른 1명은 태아일 때부터 생후 10일 정도까지 각각 살균제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의 폐 손상이 살균제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직접 흡입하지 않고 태아 상태에서 산모를 통해 간접적으로 노출된 피해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없다. 다음달부터 환경부 의뢰로 백병원에서 연구가 시작된다.

검찰이 태아의 폐 손상과 가습기 살균제가 관련성이 있다고 본 근거는 서울대 수의과대학 조모(57·구속) 교수의 실험 보고서 때문이다. 조 교수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생식 독성 실험을 해 임신한 쥐의 뱃속에 있는 새끼(태자) 15마리 중 13마리가 죽었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옥시와 함께 이를 은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준비한 실험이 도리어 피해를 인정하는 근거가 된 셈이다. 검찰은 24일 조 교수를 증거 위조, 수뢰 후 부정처사,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한다.

검찰은 이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 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의 존 리(48·미국)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한국계 미국인인 존 리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뒤 ‘부작용 민원 보고를 받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한국말로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영어로 답변했다.

청사 주변에서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 관계자 10여명이 존 리 전 대표에게 “사과하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일부 관계자가 옷을 잡아당기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존 리 전 대표의 혐의가 드러나면 사법 처리할 계획이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2016-05-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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