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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블로그] 동네조폭은 왜 전과 93범이 됐나

[현장 블로그] 동네조폭은 왜 전과 93범이 됐나

입력 2016-05-17 00:52
업데이트 2016-05-17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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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약한 술 냄새를 풍기면서 우리 가게에 들어왔어요. 돈이 없을까 봐 선불을 요구했더니 소주병을 저한테 던지는 거예요. 간신히 피하긴 했는데, 겁이 나서 경찰에 신고한 거죠.”

16일 만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시장 인근 식당 주인 신모(38)씨는 지난 1월 25일 겪은 일을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9시쯤이었어요. 경찰이 출동하는 동안에도 가게 일 도우러 온 우리 조카 멱살을 잡고 계속 행패를 부렸죠. 겁먹은 손님들은 다들 자리를 떴고요.”

●출소 뒤 자포자기… 행패 반복

경찰은 어모(62)씨를 현장에서 붙잡아 조사하다가 그의 전과가 92범이나 되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이번 범행은 교도소를 나온 지 15일 만에 이뤄졌습니다. 결국 그는 업무방해, 폭행, 재물손괴 등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어씨 같은 사람을 보통 ‘동네조폭’이라고 부릅니다. 살인·강도 같은 중범죄는 아니지만 시장 상인들을 협박하고 장사를 방해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저지르기 때문에 상인들은 떼로 몰려다니는 폭력배 못지않게 체감 고통이 크다고 하소연합니다.

그를 조사한 손임석(50) 동대문경찰서 강력2팀장의 말입니다. “어씨는 자포자기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취조하는 내내 ‘맘대로 해라, 감방에 잠깐 들어갔다 나오면 된다’는 식이었죠. 영세 상인들을 상대로 행패를 부리는 전형적인 동네조폭이었는데 폭력 전과만 따져 70건쯤 되더군요.”

●“법보다 주먹… 처벌 강화를”

어씨는 22세 때인 1976년 고향인 강원도 원주에서 처음 구속됐습니다. 그때부터 말 그대로 교도소를 제집 드나들다시피 했습니다. 전과 10범은 기본이고 재범률도 높은 게 동네조폭의 특성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어씨가 이번 일을 포함해 전과를 93차례나 쌓기까지 그냥 방치돼 온 걸 보면 경찰이나 우리 사회의 대응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김우태 가야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처벌 강화를 주장했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법보다는 주먹이 가깝다는 인식이 있는데, 어씨는 이런 점을 이용한 것 같아요. 사소한 행패를 부려도 무겁게 처벌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상식이 됐다면 이렇게 못된 습관이 생기지는 않았을 겁니다.”

●“삶의 의미 찾도록 도와줘야”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다른 식의 대안을 주장합니다. “동네조폭의 상당수는 알코올 중독 증세가 있고 가족이 없어 재활하려는 의지가 떨어집니다. 과태료나 교도소 몇 개월의 처벌만으로 해결할 수 없죠. 출소한 동네조폭에게 보호관찰관을 붙여 강제로라도 다른 삶의 대안을 찾도록 해야 합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2016-05-17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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