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총선 싸-롱] 무릎 꿇은 새누리의 읍소…어디서 본 것 같다고요?

[총선 싸-롱] 무릎 꿇은 새누리의 읍소…어디서 본 것 같다고요?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16-04-07 15:11
업데이트 2016-04-07 16:04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이미지 확대
무릎 꿇은 새누리 대구 후보들 “피눈물 나게 반성합니다”
무릎 꿇은 새누리 대구 후보들 “피눈물 나게 반성합니다” 새누리당 최경환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대구 지역 총선 후보자들이 6일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문화예술회관 앞에서 ‘대구 시민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사죄의 의미로 시민들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최근 몇년간 이렇게 힘든 선거는 없었다. 그만큼 새누리당이 잘못했고 피눈물 나게 반성하고 있다”며 용서를 구했다.
대구 연합뉴스

데자뷔. 처음 보는데도 이전에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느껴지는 것을 말합니다. ‘분명히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혹시 6일 각종 언론을 장식한 새누리당 대구 지역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무릎 꿇은 모습의 사진을 보고 비슷한 느낌이 들지는 않으셨나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착각’이 아니라 어디서 본 게 맞습니다.

이미지 확대
무릎 꿇는 김문수, “새누리당 오만했습니다”
무릎 꿇는 김문수, “새누리당 오만했습니다”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대구 수성갑)가 6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 자신의 선거 사무소 앞에서 ‘새누리당의 오만함을 사죄드린다’는 피켓을 세워두고 시민들에게 절을 하며 용서를 구하고 있다. 2016.4.6 연합뉴스.
지난 2014년으로 기억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의 주요 당직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침묵의 호소를 던졌습니다.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윤상현 의원. (윤 의원은 현재 무소속으로 출마)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윤상현 의원. (윤 의원은 현재 무소속으로 출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앞서 2014년 4월 16일. 도저히 잊을 수 없는 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온 국민이 바라보는 가운데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 채 295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한 대형 참사는 집권 여당에게는 분명히 선거의 악재였을 것입니다.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더러 참사 앞에서도 속수무책이었던 정부·관련 기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당시 5월 말까지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전국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10곳이 경합 지역으로만 분류가 됐고, 선거 판세는 점점 안갯속이었습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눈 앞에 두고 갑자기 선거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나빠진 민심을 선거일까지 빨리 수습해야했습니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1인시위를 벌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 사진 조원진 의원 블로그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1인시위를 벌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 사진 조원진 의원 블로그
선거 전 마지막 주말인 그 해 5월 31일과 1일, 전국에서 피켓을 들기 시작한 겁니다.

당시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충청과 수도권 지역에서, 서청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수도권에서, 이인제 공동선대위원장은 충청에서.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은 부산, 황우여 공동선대위원장은 인천, 최경환 공동선대위원장도 지역구인 경북 경산에서 피켓을 들었습니다.

주요 당직자들도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곳곳에서 침묵의 1인 시위를 위해 섰습니다.

이른바 ‘반성과 참회의 1인 피켓 유세’입니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1인시위를 벌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1인시위를 벌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통감하는 ‘낮은 자세’를 보이면서, 변화의 의지를 최대한 강조하기 위한 방식이었다고 합니다.

당 지도부의 이례적인 모습에서 더욱 더 새누리당의 위기감이 묻어나온다고 여겨지기도 했죠.

그리고 이같은 전략은 통했습니다.

ㅅㅇㅅㅁ총선싸롱! 서울신문 총선싸롱, 재미있는 선거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ㅅㅇㅅㅁ총선싸롱! 서울신문 총선싸롱, 재미있는 선거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17명 가운데 새누리당이 8명 새정치연합이 9명 당선됐습니다.

총 226명을 뽑는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117명, 새정치연합 80명, 무소속 29명이 당선됐습니다.

2014년 6·4 지방선거 결과. 네이버 화면 캡처
2014년 6·4 지방선거 결과. 네이버 화면 캡처

두 번째 기억은 불과 1년 전의 일입니다.

2015년 4월 29일 재·보선을 20일 앞둔 4월 9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 한 장으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빚어졌습니다.

당시 메모에는 성 전 회장이 금품을 건넸다며 여당의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이 나열됐습니다.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급기야 이완구 국무총리는 4월 21일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지난해 4·29 재보선 당시 유세를 벌이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지난해 4·29 재보선 당시 유세를 벌이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재·보선에서 ‘지역일꾼론’을 강조했던 새누리당은 다시 읍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당시 선거기간 시장 상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성완종 전 의원 사건으로 국민 모두 너무나 어떻게 생각하면 불쾌하고 걱정을 많이 끼쳐 죄송하다”면서 “국민들이 우선 의혹이 없도록 검찰에서 빠른 시간 내에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우리 정치권 정화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새누리당 압승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4개 선거구에서 실시된 재보선에서 수도권 3곳을 싹쓸이했습니다.

지난해 4·29 재보선 당선자들과 새누리당 지도부
지난해 4·29 재보선 당선자들과 새누리당 지도부

자, 이제 현재로 돌아옵니다.

2016년 4월 6일.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대구 지역 의원들과 최경환 의원이 무릎을 꿇고 큰 절을 하며 납작 엎드렸습니다.

대구 지역은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무조건 당선이 되는 지역으로 여겨졌으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반타작’ 정도 할 것으로 점쳐질 만큼 텃밭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이미지 확대
고개숙인 새누리당 지도부
고개숙인 새누리당 지도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공동선대위원장들이 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긴급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공천 파동 등 국민을 실망하게 한 것에 사죄하고 잘 화합하겠다는 의미로 팻말을 들고 유권자들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하며 사죄를 하고 있다.
2016.4.7.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7일 새누리당 지도부도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날 오전 긴급 선거대책위원회의를 갖고 “죄송합니다”, “잘하겠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국민의 눈 밖에 나고 국민을 실망시켜 평생 우리를 성원해준 국민들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투표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이 때문에 집권여당이 일대 위기를 맞았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표의 발언을 조금 더 전합니다.

→“국정을 선도해야 할 집권여당이 분열된 모습을 보여, 많은 국민이 ‘우리는 이제 누구를 믿고 살아가느냐’며 항의할 때 너무나 부끄러워서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
→“잠시 자만에 빠져 국민과 공감하지 못하고 집권여당이 가야 할 길에서 옆길로 새는 보습을 보였다. 오늘 이 순간부터라도 국정을 위해 노력하는 정당,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 문제를 해결하는 정당의 덕목을 되찾도록 각오를 새롭게 다질 것”
→“다시 한 번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저희들의 용서를 받아주시고, 다시 한번 저희에게 기회를 주시고 도와주시길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

새누리당은 이날 ‘반성과 다짐의 노래’라는 이른바 ‘반다송’까지 공개했습니다.



잠깐, 1년 전 재보선 유세 현장에서의 발언을 다시 한 번 보시죠.

→“‘성완종 사건’을 계기로 우리 새누리당은 많이 반성하고 국민 여러분께 여러번에 걸쳐 사과 말씀을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누리당이 깨끗한 정치를 만들고, 우리 당도 깨끗하게 만들겠다”
→“집권 여당이 4월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과 경제 입법 등 민생 현안에 치중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

반성과 사과, 그리고 다짐. 어쩐지 ‘공식’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엿새 앞으로 다가온 총선. 이번에도 새누리당의 읍소 전략은 통할지 궁금해집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많이 본 뉴스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당신의 생각은?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해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는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빠른 경기 부양을 위해 특별법에 구체적 지원 방법을 담아 지원금을 즉각 집행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행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고 맞서는 상황입니다. 또 지원금이 물가 상승과 재정 적자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지원금 지급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모르겠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