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핵무장’ 들먹이는 트럼프 향방 주시해야

[사설] ‘한국 핵무장’ 들먹이는 트럼프 향방 주시해야

입력 2016-03-28 23:34
업데이트 2016-03-2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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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 선거 역사상 가장 천방지축인 예비 후보다. 그는 엊그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도 특유의 정제되지 않은 말버릇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그리고 중동 국가를 차례로 거론하며 “우리는 더이상 돈을 뜯기지 않을 것”이라고 떠벌렸다. 그러면서 이런 외교 정책이 고립주의가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라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외교 정책이 고립주의든, 미국 우선주의든 표현은 자유다. 하지만 공화당 대선 후보에 공식 지명될 가능성에 높은 트럼프다. 이런 인물의 발언이 자국민을 다독이는 차원을 넘어 동맹국 안보에 위협을 미친다면 도를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한반도의 안보 상황과 관련된 망발에 거침이 없었다. 한국은 물론 일본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두 나라가 더 많은 미군 주둔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위협했다.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에도 “어느 단계에 이르면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미국이 지금처럼 약한 모습을 계속 보인다면 두 나라도 핵무장을 원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북한의 비핵화가 국제사회의 당면 과제인 상황에서 트럼프의 주장은 철이 없는 것이다. 그럴수록 트럼프의 속셈을 도외시하고 ‘한국의 핵무장’이라는 수사에 매몰돼 그를 지지하는 국내 세력이 있다면 국가 안보를 스스로 위협에 몰아넣는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전통적으로 미국 공화당의 배후에 조직화된 무기산업의 로비스트가 밀집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트럼프 발언의 이면에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이 아닌 ‘동북아시아의 분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미군 철수로 자국 국민에게는 가족이 이국땅에서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된다고 약속하면서, 그 결과 자칫 군사적 충돌이라도 일어난다면 침체된 자국 국방산업의 부흥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진짜 의도라면 불행해도 크게 불행한 일이다.

트럼프가 아무 생각 없이 동북아시아 안보 상황을 거론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입만 험한 후보라는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 마구잡이로 내뱉는 것처럼 보이는 그의 언사에 오히려 정교한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 있는 만큼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트럼프가 본선에 나서 설혹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한다 해도 캠페인 과정에서 미국민의 사고에 미치는 악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미국 대선의 향방에 어느 때보다 관심을 갖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2016-03-2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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