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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하무인 재벌 3세 갑질 처벌 못 하나

[사설] 안하무인 재벌 3세 갑질 처벌 못 하나

입력 2016-03-24 23:36
업데이트 2016-03-25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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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삼류 코미디에나 나올 일이다.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의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는 갑질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그는 3세 경영인이다. 국내 굴지의 건설사인 대림그룹 창업주인 고 이재준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이준용 명예회장의 아들이다. 그의 갑질은 재벌을 고발한 영화 ‘베테랑’의 한 장면인가 싶을 정도다.

이 부회장은 운전기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 자신과 눈이 마주치지 않게 백미러를 접고 운전하라는 위험천만한 지시도 했다. 10초 안에 휴대전화 문자 답변하기 정도는 횡포 축에도 못 끼었다. 운전 중인 기사의 뒤통수를 때리거나 사이드미러를 접고 달리라고도 주문했다니 어떤 심리 상태였는지 궁금하다. 더 가관인 것은 대림산업은 이런 오너의 상식 밖 갑질을 견디라는 수칙까지 만들어 수행 기사를 뽑았다. ‘실언하실 경우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잘 인내하면 차후 배려해 주신다’는 문구까지 넣었다. 분노조절이 잘 안 되는 오너의 감정받이가 돼 주면 후사하겠다는 뜻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재벌가 사람들의 안하무인 행실은 잊힐 새도 없이 터진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이 경고가 될 법도 하건만 도무지 나아진 게 없다. 금수저 하나 물고 태어난 것 말고는 경쟁력이 없는 재벌 자녀들이 사실상 많다. 부모 잘 만나 그룹 주인 자리에 무임 승차한 오너들의 저급한 처신은 반재벌 정서만 굳힌다. 기업과 사회 발전에 이만저만 해악이 아니다. 지금이 어떤 때인가.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청년 실업에 젊은이들이 절규한다. 반듯한 직장은 고사하고 아르바이트로 하루 벌어 하루 사느라 미래 계획은 꿈도 못 꾸고 자포자기한다.

록펠러 가문의 후손과 월트 디즈니의 손녀가 스스로 세금을 더 내려고 한다는 소식이 그제 외신을 탔다. 참 달라도 어쩌면 이렇게도 다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커녕 동냥을 못 줄 거면 쪽박이라도 깨지 말라고 했다. 시대착오적인 재벌 갑질은 가뜩이나 흙수저라서 좌절하는 청춘들을 허탈감으로 무너지게 만든다.

사과 한마디 없이 뭉개는 이 부회장과 대림산업은 여론이 무섭지 않은 모양이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갑질하는 오너의 기업은 사회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비난이 들끓고 있다. 대물림 경영을 계속할 재벌들은 이참에 머리 맞대고 ‘자녀 훈육 십계명’부터 만들라.
2016-03-2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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