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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문학 지원이 도리어 죽이는 꼴 안 돼야

[사설] 인문학 지원이 도리어 죽이는 꼴 안 돼야

입력 2016-03-17 18:22
업데이트 2016-03-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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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발전 계획을 잘 세운 대학들에 교육부가 예산을 지원한다. 지난해 예고했던 ‘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코어 사업)이다. 어제 교육부는 사업 기준에 부합한 프로그램을 제출한 대학 16곳을 우선 선정해 발표했다. 해당 대학은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7곳과 지방대 9곳이다. 선정된 대학들에는 앞으로 3년간 해마다 600억원의 예산을 나눠 주기로 했다. 참여 규모와 사업 계획에 따라 매년 12억~37억원의 목돈을 차등 지원한다.

이 사업은 대학 인문 분야 교육 프로그램에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최초의 정책이다. 인문학의 위상을 살리되 사회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인문학 교육 모델을 제시한 대학들을 밀어 주겠다는 것이다. 시대적 요구에 맞게 특화된 인문학 교육을 확대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 전공 계열에 상관없이 학생들이 다양한 인문 교육을 받게 할 수 있다면 고사 위기의 인문학을 살리는 특단의 처방일 수 있다. 문제는 예산 잿밥에만 관심 있는 대학들과 그럴싸한 사업 계획에 정부가 헛돈을 쓰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인문학을 살리자고 내놓은 정책이 순수 학문의 뿌리를 말리는 꼴이 될까 걱정이 많다.

냉정히 따져 코어 사업은 태생적 한계를 안은 정책이다. 지난해 정부는 대학 이공계 강화를 목표로 ‘프라임 사업’을 추진했다. 이공계 학과 위주로 입학 정원을 조정하게 유도하는 대학 구조조정 사업이다. 안 그래도 위축된 인문계 학과들이 설 땅이 없어진다는 비판에 보완책으로 서둘러 나온 것이 코어 사업이다. 그러니 웬만한 대학들은 덩치가 큰 프라임 사업에 사활을 걸어왔다. 산업 수요를 고려해 구조조정을 잘하면 최대 300억원의 뭉칫돈을 주겠다는데 마다할 대학이 있을 리 없다. 교육부의 눈에 드는 사업 계획서를 만들겠다고 대학들이 지난 몇 달 동안 컨설팅 업체에만 매달렸다는 탄식이 들린다.

이런 마당이니 더 걱정이다. 정부가 제시한 코어 사업의 핵심 모델은 기존의 인문학과 프로그램을 사회 수요가 많은 학과와 융복합하는 것이다. 무게중심이 인문학에서 취업에 유리한 학과 쪽으로 옮겨 갈 수밖에 없다. “돈 되는 인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짜라”는 또 다른 신호로 읽힐 우려가 작지 않다. 신호를 따라오는 순서대로 상금을 나눠 주는 얕은 정책이어서는 인문학을 돌볼 수 없다. 계획과 달리 부실 운영을 하지는 않는지 앞으로 현장의 만족도까지 두루 챙겨 평가해야 한다. 실질적인 감독 의지가 뒤따라야 정책의 취지를 꾸준히 살려 나갈 수 있다.
2016-03-1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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