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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아바타 꽃뱀’? 실형 선고받은 여성 장애인

남편의 ‘아바타 꽃뱀’? 실형 선고받은 여성 장애인

입력 2016-02-21 10:41
업데이트 2016-02-2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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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전문가들 “충분한 심리 안됐다” 아쉬움

지능지수(IQ)가 45도 되지 않는 지적장애 여성이 꽃뱀 노릇을 했다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여성은 남편이 시킨 대로만 했다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남편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법원도 한번의 심리만으로 재판을 끝냈다.

지적장애 2급인 A(25·여)씨는 같은 지적장애인 B(26)씨와 결혼해 정부지원금으로 살다 지난해 남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조작해 합의금을 뜯어 돈을 벌자”는 제안을 받았다.

그해 7월 11일 새벽 4시께 A씨는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번화가를 배회하다 “함께 술을 마시자”며 접근한 남성과 함께 모텔로 들어갔다.

만취한 남성이 바로 잠들자 A씨는 그의 돈과 휴대전화를 훔쳐 나온 뒤 휴대전화로 자신의 은밀한 신체부위 사진을 찍어 남편 친구에게 ‘네 마누라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등의 문자메시지와 함께 보냈다.

날이 밝자 A씨는 남편과 함께 “성폭행당한 뒤 음란사진 협박도 받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 수사에서 이들의 범행이 드러나 A씨는 지난해 12월 무고 및 절도, 증거위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A씨는 범행을 인정하면서 “남편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주장했지만, 수사당국은 흔한 장애인 꽃뱀 사건으로 치부한 듯 남편 B씨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주변인들은 남편이 아내보다 지적 수준이 높고, A씨가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아바타(Avatar: 가상세계의 분신)처럼 남편의 지시에만 따랐을 뿐이라고 말을 모았다.

서울 북부지법은 A씨에 대한 심리를 지난달 22일 하루만 열었다. 그날 바로 징역 3년을 구형받은 그는 최후진술에서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표정으로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달 19일 선고공판에서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자신의 경험을 순서대로 진술하는 점 등에서 의사결정 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성폭행 무고로 피해자가 억울하게 큰 형사처벌을 당할 수 있었으므로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실형이 선고되자 A씨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청원경찰 손에 이끌려 법정을 빠져나갔다.

A씨를 담당한 사회복지사는 “그의 남동생과 아들 모두 장애가 있고 모친은 대화가 불가능한 수준의 장애인”이라며 “실형이 확정되면 그들을 누가 돌보겠느냐”고 우려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조금 더 그의 입장을 들어보고 사건을 다각도로 파악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남편 B씨의 무고 교사 혐의가 입증되고 나서 A씨 선고가 이뤄졌다면 실형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는 “A씨가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법원이 좀 더 면밀히 살펴 ‘A씨가 남편의 꼭두각시처럼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고 판단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남편 B씨를 내사하고 있지만,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B씨는 아내의 선고 당일 법정에도 나왔다. 그는 아내가 실형을 선고받는 모습을 보고는 조용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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