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이틀 전엔 “햇볕 계승자” 김 대표 “찬반 문제 아냐” 번복
우클릭 행보 전통 지지층 혼란일부 “중도층 공략도 실패 우려”
전문가 “일치된 목소리 필요”
대북 문제를 둘러싸고 야권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총선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각 당은 정책이나 대안의 구체적인 그림도 그리지 못한 채 ‘입’으로만 대북 정책과 외교 문제를 지적하는 형국이다. 야권 일각의 ‘우클릭’ 행보가 오히려 전통적 지지층에 혼선을 주거나 당초 기대했던 중도층 공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유권자들만 혼란스럽게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햇볕정책 보완론’을 제기해 당내에서 논란이 됐던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에 이어 이번에는 이 명예교수가 ‘햇볕정책 실패론’까지 제기하며 야권의 대북 메시지는 더욱 혼선을 빚는 모습이다. 국민의당은 이틀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햇볕정책의 유일한 계승자”(박주선 최고위원), “정부가 할 일은 햇볕정책 외에 다른 길이 없다”(천정배 공동대표)며 현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를 강하게 비판했었다. 국민의당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으로 호남 지지층 공략까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더민주도 김 대표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대해 “단순히 찬반론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다”라는 신중론을 보였지만 문재인 의원은 “냉전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비난하며 전·현직 당 대표 간 시각차를 드러내기도 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의 최근 발언은 총선을 앞둔 전시 상황이 아니라면 논란이 불가피했을 사안”이라고 말했다.
당 기조와 다른 메시지는 또 나왔다. 최근 입당한 이수혁 더민주 한반도경제통일위원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에 의한 지금의 상황에서 이러한 강경한 정책을 비난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같은 날 더민주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 등을 강하게 비판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온도 차를 드러낸 것이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야당으로서는 정부·여당을 향해 대북 강경 일변도의 정책 하나만으로는 안 된다는 전략을 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진보 영역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면 (비판만이 아닌) 이를 더욱 세련되게 표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메시지부터 혼선을 빚는다면 총선의 외교·안보 공약 등 정책에서도 일관성이나 완성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키리졸브 훈련 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안보 정국이 더욱 심화될수록 야당의 정책적 혼선이 더 크게 드러날 수 있다”면서 “정책적·전략적 고려에 바탕해 확실하고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2016-02-18 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