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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죽었는데 태연히 강의·설교… 두 얼굴의 목사

딸 죽었는데 태연히 강의·설교… 두 얼굴의 목사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6-02-03 18:18
업데이트 2016-02-0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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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선 ‘공부에 빠진 사람’ 통해 종교 관련 학회 등 왕성한 활동

이웃들 “부부만 사는 줄 알았다”

 딸을 폭행하고 시신을 집에 방치한 혐의로 3일 경찰에 체포된 이모(47)씨는 ‘두 얼굴의 목사’였다. 전날 자신에게 5시간 동안 맞은 딸이 사망한 것을 확인하고도 대학에 나가 태연하게 강의를 하고, 자신이 담임목사로 있는 경기 부천의 교회에서 설교를 했다.
 부천의 이씨 집 앞에서 만난 이웃 주민 정모씨는 “불과 몇 개월 전에 부부가 호프집에서 같이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봤는데 꽤 다정해 보였다”면서 “하지만 이씨가 평소에 집과 대학을 오가는 모습만 봤을 뿐 별달리 이웃과의 교류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부부가 함께 다니는 모습은 자주 봤지만 자녀들과 함께 있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며 “자녀 없이 단둘이서만 사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씨는 A신학대 겸임교수로 2014년부터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왔다. 지난해 2학기까지 그는 대학에서 기초 헬라어(고대 그리스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쳤다. 학교에서 그는 ‘공부에 빠진 사람’으로 통했다. 주변에서 “학문적으로 잘난 척을 너무 한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로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대학 동창인 김모씨는 “매일 저녁 9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했을 정도로 성실했고 사교성도 좋아 전임교수와 잘 지냈다”며 “지난주에도 교수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었는데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씨는 친구에게도 사적인 얘기는 극도로 삼갔다. 동창 김씨는 “기사를 보고서야 그 친구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학생들에게 자주 밥을 사 주고 강의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평가가 꽤 좋았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부천의 작은 교회는 이날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이곳에서는 평일 오후 8시,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 수요일 오후 8시, 금요일 오후 8시에 기도와 예배가 이뤄졌다. 한 교인은 “3년간 이 목사의 설교를 들었는데 교훈이 되는 얘기가 많았다”며 “(딸이 죽은 후에도) 일요일 오전 예배가 끝나면 교인과 함께 도시락이나 김밥을 사다 먹는 친근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1995년 국내에서 유명 신학대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한국에서 기독교 역사와 관련한 정기 세미나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는 등 왕성한 학술 활동을 했다. 2013년에는 기초 헬라어 관련 책을 출간하고, 종교 관련 서적을 번역하기도 했다.
 딸이 사망한 지난해 3월 이후에도 똑같은 일상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에는 대학 교회에서 ‘신앙인의 스승’이라는 이름으로 예배를 주관했고, 지난해 12월에는 같은 대학 교수들과 함께 종교 관련 번역서를 출간했다. 큰딸은 현재 독일에서 유학 중이고, 큰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출해 지방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2016-02-0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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