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여야 ‘텃밭’ 절반, 여성 전용 지역구로/최광숙 논설위원

입력 : ㅣ 수정 : 2015-12-30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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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안과 경제활성화법 등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무책임한 국회를 보면서 이제 후진적인 국회의 개혁 없이는 국가 발전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제 할 일을 안 한 국회를 심판하고 개혁하려면 답은 인적 쇄신밖에 없다. 국회의원 개개인을 만나면 괜찮은 이들이다. 하지만 국회에만 들어가면 기존의 정치 패러다임을 못 벗어나는 게 현실이다. 단순히 구성원들의 물갈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남성 중심 국회를 이번 기회에 확 바꿔 버리는 것은 어떨까.

최광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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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광숙 논설위원

여성 대통령이 나왔지만 국회는 여전히 남성들이 활개를 치는 무대다. 20대 국회는 여성계가 오랫동안 염원해 온 ‘남녀 동수(同數)의 정치’를 구현하는 절호의 기회일 수 있다. 남성들은 펄쩍 뛸 일이겠지만 남녀가 동수로 양성평등한 의회 구조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남녀 동수의 정치는 순전히 남녀 간의 ‘평등’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다. 여성들을 대거 국회에 입성시켜 남성 중심의 기존 정치가 보여 준 한계를 극복하고 새바람을 일으켜 보자는 취지다. 남성이 대다수인 동질의 인적 구성만으로 국회가 지향하는 가치의 변화도, 행동의 변화도 어렵다는 것을 19대 국회가 여실히 보여 주고 있지 않은가. 19대 국회 여성의원의 비율은 전체 300명 중 46명으로 15.3%에 불과하다.

정치적 소수자인 여성들이 대거 여의도에 들어가려면 여성 10% 가산점 등으로는 백년하청이 될 게 뻔하다. 여성 의원들의 국회 내 비율을 높이려면 우선 비례대표도 좋지만 지속 가능한 정치를 할 수 있는 지역구에 공천을 많이 해야 한다.

공천 지역도 중요하다. 19대 여성 공천 현황을 보면 새누리당은 16개 지역에 공천해 4명이 당선됐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21개 지역에 후보를 내 13명이 당선됐다. 새누리당 여성 후보들의 당선율(25%)이 새정치민주연합 여성 후보 당선율(62%)보다 현저히 낮은 것은 후보의 경쟁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남성 중진도 꺼리는 사지(死地)에 여성들을 많이 공천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김을동(서울 송파병)·박인숙(서울 송파갑)·김희정(부산 연제)·권은희(대구 북갑) 의원 등이 지역구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지역이 여권 성향이 강한 곳이라는 것이 이를 잘 말해 준다.

공천권을 행사하는 당의 남성 지도부들이 여성들을 사지에 보내고도 여성 공천 비율을 높였다고 하는 것은 순전히 여성 유권자들을 의식한 선거용 구색 맞추기 공천일 뿐이다. 정치적 소수자인 여성들을 더 정치적 환경이 좋은 지역구에 공천할 필요가 있다. 남성들만이 ‘공천=당선’인 지역구에 가란 법은 없다.

3선 이상 여성 의원을 보면 새누리당은 나경원(3선·서울 동작을) 의원 1명뿐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미경(5선·서울 은평갑), 추미애(4선·서울 광진을), 박영선(3선·서울 구로을) 등 3명이다. 야당에 여성 중진들이 더 많은 것은 개인의 정치 역량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비교적 야당세가 강한 지역구를 두고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여야 여성 중진의원 모두 격전지인 서울에 몰려 있다는 점이다. 여야 지지 기반인 영·호남권에는 3선 이상 여성 중진의원이 1명도 없는 것은 누워 떡 먹기 지역은 남성들이 독차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럼 어떤 방식으로 여성들을 텃밭에 공천할 것인가. 그동안 여야는 단수추천·우선추천제 등으로 여성을 전략 공천했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새누리당의 경우 수도권,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 텃밭의 특정 지역을 여성 전용 지역구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서울 서초갑의 경우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 선언을 한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혜훈 전 의원 등 여성들만을 경선하도록 해 후보자를 정하는 것이다. 새로 신설될 것으로 보이는 서울 강남병도 이은재 전 의원 등이 출마하는데 여성끼리 맞붙게 하는 것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시혜성 공천을 받는 것보다는 경선을 뚫고 나온 ‘능력’ 있는 여성이 공천을 받는 것이 여러 모로 낫다.

여성 전용 지역구는 여성에 대한 배려를 하면서 경선 원칙도 지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국회를 개혁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여야 공히 그들의 강세 지역구의 절반 정도를 여성 전용 지역구로 정할 것을 제안한다.

bori@seoul.co.kr
2015-12-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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