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사전 치밀 기획” vs 법조계 “입증 쉽지 않아”

警 “사전 치밀 기획” vs 법조계 “입증 쉽지 않아”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입력 2015-12-18 22:46
업데이트 2015-12-1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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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균 소요죄 적용’ 가능한가

경찰은 18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해 소요죄를 적용한 의견을 담아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한 위원장 외에 민주노총 핵심 집행부 등에 대해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는 등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따져보고 있다.

경찰은 한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1차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서울 광화문 일대 평온을 크게 해친 점이 소요죄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소요죄 근거에 대해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한 위원장이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지난달 집회를 치밀하게 사전 기획했다고 판단했다.

또 집회 당일 시위대 6만 8000명을 집결시켜 도로를 점거하고 교통을 마비시킨 점도 소요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경찰관을 폭행하고 경찰 버스를 손괴하면서 경찰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폭력으로 방해한 점을 꼽았다.

경찰은 집회를 기획하고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선동한 이영주 사무총장, 배태선 조직쟁의실장뿐 아니라 민주노총 핵심 집행부와 금속노조 등 27명도 소요죄 적용 대상인지 검토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폭력 시위자 918명이 수사 대상인데 이 중 47%가 민주노총 관련 단체 소속”이라고 말했다.

형법 115조에 규정된 소요죄는 다중이 집합해 폭행·협박·손괴를 한 자에게 적용되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1년 이하 징역이나 1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형량이 무겁다.

마지막으로 소요죄가 인정된 경우는 1986년 5·3 인천항쟁 지도부에 대한 것이다. 당시 법원은 김모씨 등에게 소요죄를 인정해 유죄로 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천 사태 판결문을 꼼꼼히 살펴보고 법률지원팀을 꾸려 소요죄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경찰의 소요죄 적용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사전에 소요 행위를 기획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버스를 줄로 묶어서 잡아당기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것이 우발적 상황이 아니라 한 위원장이 기획하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집회에서 폭력과 파손 행위가 있었더라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소요죄 적용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폭력이나 파손 행위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수준의 공무집행방해 정도라면 소요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박경신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시위대가 차벽을 부수고 경찰관을 폭행한 것이 정당한 행동은 아니지만, 일반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소요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소요죄를 마지막으로 적용한 5·3 인천 사태도 민주정의당 당사를 파괴하는 등의 행위가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검찰이 소요죄를 무리하게 적용해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소요죄를 적용하는 게 문제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재경지검 검사는 “쇠파이프 등 흉기를 사용하고, 버스를 끌어내리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소요죄 적용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재경지검 판사도 “법원 판단은 알 수 없지만 집회 당시 폭행, 협박, 파손 사실은 있었으니까 소요죄로 기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5-12-19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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