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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낯선 몸짓 벅찬 자유…맨몸으로 도심 속 장애물 뛰어넘는 ‘파쿠르’

[포토 에세이] 낯선 몸짓 벅찬 자유…맨몸으로 도심 속 장애물 뛰어넘는 ‘파쿠르’

박윤슬 기자
입력 2015-12-06 21:44
업데이트 2015-12-06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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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스치는 찬바람에 옷을 여미게 되던 11월의 어느 날 대학교 교정에 나타난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두꺼운 겉옷을 벗고 독특한 훈련을 시작한다. 네발로 계단 오르내리기, 얇은 레일에서 균형 잡고 버티기, 장애물 뛰어넘기 등 어린 시절 한 번 해 봤음직하지만 낯선 행동들. 이들은 지금 ‘파쿠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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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는 점프 장면을 여러 장 촬영 후 연속성이 보이도록 겹쳐 합성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넘는 점프 장면을 여러 장 촬영 후 연속성이 보이도록 겹쳐 합성했다.


●네발로 계단 오르내리기·레일 위 균형 잡기 등 훈련

프랑스에서 유래한 ‘파쿠르’는 맨몸으로 도시와 자연환경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애물들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훈련이다. 동명 영화의 영향으로 ‘야마카시’로 통용되지만 사실 이는 창시자인 다비드 벨이 속해 있던 파쿠르 동호회 이름이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채로 남학생들 사이에서 함께 훈련하는 서혜미(15)양이 눈에 띄었다. 여자라서 힘든 점은 없느냐고 묻자 “신체적인 차이는 있지만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요즘 학교에서도 체육하기가 힘든데 온몸을 이용해 움직이는 게 재미있어요”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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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편 건물로 뛰어넘기 위해 점프한 학생이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인다.
건너편 건물로 뛰어넘기 위해 점프한 학생이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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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손발을 이용해 네발로 걷는 ‘네발 걷기’훈련을 하고 있다. 파쿠르의 대표적인 신체단련법 중 하나로 고난도 기술을 위한 기초근력 개발에 도움을 준다.
학생들이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에서 손발을 이용해 네발로 걷는 ‘네발 걷기’훈련을 하고 있다. 파쿠르의 대표적인 신체단련법 중 하나로 고난도 기술을 위한 기초근력 개발에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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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쿠르는 모든 주변 환경이 놀이터이며 연습장이다. 보행자를 위해 설치된 얇은 레일 위에서 ‘균형잡기’훈련을 하고 있다. 균형은 특히 점프 기술을 안전하게 수행하기 위해 중요하다.
파쿠르는 모든 주변 환경이 놀이터이며 연습장이다. 보행자를 위해 설치된 얇은 레일 위에서 ‘균형잡기’훈련을 하고 있다. 균형은 특히 점프 기술을 안전하게 수행하기 위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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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높이의 장애물들을 팔과 다리를 사용해 극복하는 볼트 기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낮은 높이의 장애물들을 팔과 다리를 사용해 극복하는 볼트 기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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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오로지 팔을 이용해 계단을 내려오는 훈련을 하는 사람을 위해 몸을 잡아주던 학생이 힘겨움에 소리지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오로지 팔을 이용해 계단을 내려오는 훈련을 하는 사람을 위해 몸을 잡아주던 학생이 힘겨움에 소리지르고 있다.


●소심했던 성격 고치고 대인관계 갈등도 치유

보조 코치로 초급자들의 훈련을 돕던 이준혁(22)씨는 파쿠르가 자신의 인생을 바꾸었다고 한다. “파쿠르를 접하기 전엔 방과 후 컴퓨터만 하던 깡마르고 소심한 아이었는데 파쿠르를 하면서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겨 컴퓨터 중독도 극복할 수 있었어요. 부모님이 제 변화를 가장 놀라워하셨죠”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한창 훈련을 하고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 학부모로 보이는 한 40대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대안학교 교사로 오늘은 한 학생의 보호자로 왔다고 한다. “새아버지와의 갈등으로 대인관계에 문제가 많아 특별히 신경쓰고 있는 학생이에요. 아이가 남들보다 더 서툰데도 웃고 있네요”라며 그녀 역시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물론 학생이 처음 파쿠르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말렸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요, 처음 봤는데도 넘어지면 손을 잡아 줘요. 저는 그게 좋아요”라는 말에 이내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찬 아침 공기로 시작했던 하루가 어느덧 붉은 노을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마지막 훈련은 ‘구조’였다. 사지를 못 쓰는 환자를 가정한 뒤 그를 특정한 지점으로 옮기는 것이다. 방법은 자유롭다. 그동안 연습했던 파쿠르의 기술을 응용해도 좋다. 도구 없이 팀워크와 온몸을 이용하면 된다. 까마득한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만만찮은데 맨몸으로 환자를 꼭대기로 올려놓는 게 쉽지 않아 보였다. 어느새 참가자들의 얼굴엔 땀이 흐르고 힘듦을 극복하고자 하는 포효도 들렸다. 그러나 모든 훈련이 그랬듯이 찡그린 얼굴도 잠시, 뭐가 즐거운지 주변에는 웃음소리가 퍼지고 있었다.

●“위험해 보이지만 무모한 도전 경계하고 비경쟁 추구”

파쿠르 제너레이션즈 코리아의 김지호 대표는 파쿠르가 현대사회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건물 사이를 뛰어다니고 엄청난 높이에서 공중제비를 돌며 떨어지는 등 미디어를 통해 지나치게 과장돼 화려하고 위험하다고 인식돼 있지만 파쿠르는 무모한 도전을 경계하고 비경쟁을 추구합니다. 이러한 철학이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과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넣어 줄 수 있을 겁니다.”

글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파쿠르 제너레이션즈 코리아 영국 런던에 있는 세계적인 파쿠르 회사 ‘파쿠르 제너레이션스’의 라이선스 회사. 우리나라에 올바른 파쿠르 훈련을 보급하고, 트레이서(파쿠르를 훈련하는 사람)들을 위한 직업 창출을 목표로 2013년에 설립됐다.
2015-12-0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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