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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처럼 초강력 태양폭풍이 덮치면…

화성처럼 초강력 태양폭풍이 덮치면…

유용하 기자
유용하 기자
입력 2015-11-23 22:56
업데이트 2015-11-24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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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풍·태양폭발, 지구엔 어떤 영향?

이달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자들은 화성을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불모지로 만든 직접 원인이 태양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NASA 연구진은 화성 대기 탐사선 ‘메이븐’이 보내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태양풍이 화성의 대기권을 사라지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물이 흐르고 산소가 풍부한 대기를 갖고 있던 화성에 어느 날 갑자기 강한 태양풍이 불어닥치면서 화성을 감싸고 있던 대기와 수분을 우주로 날려 보냈다는 설명이다. 화성은 태양풍으로부터 행성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대기권이 사라지면서 대기의 이탈이 점점 심해져 지금은 지구의 0.6%에 불과하다. NASA는 이런 연구 결과를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4편의 논문으로 발표했다. 생명체의 무한한 에너지원으로 알려진 태양이 단숨에 행성 하나를 황폐화시키는 파괴자로 바뀌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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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플레어망원경(SOFT). 한국천문연구원은 경북 영천에 있는 보현산 천문대에 태양플레어망원경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SOFT는 4개의 서로 다른 파장을 관측하는 망원경과 1개의 가이드 망원경으로 구성돼 태양 표면에서 발생하는 플레어 같은 급격한 태양 활동 현상을 관측하도록 설계됐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태양플레어망원경(SOFT). 한국천문연구원은 경북 영천에 있는 보현산 천문대에 태양플레어망원경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SOFT는 4개의 서로 다른 파장을 관측하는 망원경과 1개의 가이드 망원경으로 구성돼 태양 표면에서 발생하는 플레어 같은 급격한 태양 활동 현상을 관측하도록 설계됐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폭발하며 엑스선·고에너지 하전 입자 등 방출

지름 139만 2000㎞(지구의 109배), 무게 2×1030㎏(지구의 약 33만배), 지구와의 거리 1억 4960만㎞(광속으로 8분 19초).

태양은 5억 4000만년 전 지구상 생명체가 처음 나타난 뒤부터 무한 에너지원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질량의 4분의3은 수소, 나머지 4분의1은 헬륨으로 이뤄진 태양은 끊임없는 핵융합 반응을 하며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1초 동안 수소 수백만t이 헬륨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으로 만들어 내는 에너지는 500만t이 넘는다. 이는 인류가 탄생한 이후 사용한 에너지보다 많은 양이다.

이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태양 폭발’(태양 플레어)과 ‘태양풍’ 현상이다.

태양 폭발은 태양 표면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폭발 현상으로 대량의 엑스선, 감마선, 고에너지 하전 입자 등을 방출한다. 고에너지 하전 입자가 지구에 도달할 경우 지구 자기장이 갑자기 불규칙하게 변하는 ‘자기폭풍’, 단파무선통신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델린저’ 현상 등이 나타난다. 극지의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오로라도 태양 폭발과 태양풍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태양풍은 태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태양 폭발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태양 흑점 주변에 강한 자기장이 형성되면서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태양풍은 다양한 전자파와 자기장파, 미립자를 포함하고 있는데 초당 100만t 가까이 방출되며 초속 200~750㎞ 속도로 지구로 날아온다. 태양풍은 지구 자기장과 대기권의 영향으로 대부분 소멸하지만, 일부 플라스마 입자는 지구 전리층에 강한 영향을 미쳐 일시적인 지자기 변동을 일으키면서 발전소나 변전소 같은 전력시설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실제로 1859년에는 역대 최악의 태양풍이 발생해 전 세계에서 오로라 현상이 발생하고 유럽과 북미 도심 지역에서 전신 시스템이 마비되고 전신선이 폭발해 전신국에 화재가 발생하는 한편 나침반들이 오작동하기도 했다. 다양한 통신망과 전력망으로 이뤄진 요즘, 강력한 태양풍은 전력 공급망을 파괴하고 각종 통신망을 무력화할 뿐 아니라 위성의 GPS 시스템에도 영향을 미쳐 선박이나 비행기 운행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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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플레어, 일명 태양 폭발은 태양 표면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폭발 현상을 말한다. 단 몇 분 만에 수백만도까지 올라가며 대량의 엑스선, 감마선, 고에너지 하전입자를 내뿜는다. 고에너지 하전입자가 지구에 도달할 경우 델린저 현상, 자기폭풍, 오로라현상 등이 나타난다. 위키피디아 제공
태양 플레어, 일명 태양 폭발은 태양 표면에서 발생하는 거대한 폭발 현상을 말한다. 단 몇 분 만에 수백만도까지 올라가며 대량의 엑스선, 감마선, 고에너지 하전입자를 내뿜는다. 고에너지 하전입자가 지구에 도달할 경우 델린저 현상, 자기폭풍, 오로라현상 등이 나타난다.
위키피디아 제공
캐링턴이 그린 태양흑점 소묘. 1859년에는 역대 최악의 태양폭풍이 발생했다. 역대 최고의 태양폭풍으로 극지에서만 볼 수 있던 오로라현상이 전 세계에서 발생했고 유럽과 북미 지역 전신 시스템이 마비됐으며 전신국에 불이 나기도 했다. 당시 태양흑점과 태양 플레어를 관측하고 기록한 영국 천문학자 리처드 크리스토퍼 캐링턴의 이름을 따 역대 최악의 태양폭풍 현상을 ‘캐링턴 이벤트’라고 부르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캐링턴이 그린 태양흑점 소묘. 1859년에는 역대 최악의 태양폭풍이 발생했다. 역대 최고의 태양폭풍으로 극지에서만 볼 수 있던 오로라현상이 전 세계에서 발생했고 유럽과 북미 지역 전신 시스템이 마비됐으며 전신국에 불이 나기도 했다. 당시 태양흑점과 태양 플레어를 관측하고 기록한 영국 천문학자 리처드 크리스토퍼 캐링턴의 이름을 따 역대 최악의 태양폭풍 현상을 ‘캐링턴 이벤트’라고 부르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지구는 대기권·지자기장이 보호막

태양 폭발이나 태양풍은 화성이나 달 등 우주 탐사를 계획할 때도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우주에서는 지구의 대기권처럼 태양풍을 막아 줄 수 있는 보호막이 없기 때문에 자칫 치사량의 우주방사선과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주 과학자들은 태양 폭발 관측으로부터 대피호로 피할 때까지 우주인에게 주어진 시간은 15분 정도에 불과하다는 계산을 내놓기도 했다. 지구는 대기권과 지자기장의 보호 덕분에 화성처럼 대기나 물이 사라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러나 거대한 태양 폭발로 인한 전자기기 오작동 등 대규모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 과학자들은 태양 폭발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립전파연구원도 NASA와 협력해 태양흑점 폭발 등 태양 활동 감시와 이에 따른 예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는 태양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우주방사선의 노출량을 확인할 수 있는 ‘항공 우주방사선 예측 시스템’을 개발해 홈페이지(www.spaceweather.go.kr)에서 제공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비행기 편명과 탑승 날짜 등을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해당 항공기의 우주방사선 노출량을 확인할 수 있다. 국립전파연구원 우주전파센터 관계자는 “우주방사선은 태양 활동 등으로 인해 우주에서 유입되는 방사선”이라며 “95% 이상이 지표면에 도달하기 전에 지구 대기에 반사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우주방사선 영향을 직접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이어 “비행기를 자주 타는 승무원의 경우 우주방사선에 직접 노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서비스를 통해 개인별 연간 누적 방사선량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행기 승무원들의 경우 우리나라는 우주방사선 허용량을 5년 누적 100mSv(밀리시버트)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 항공승무원의 연간 평균 방사선량은 2.28~2.96mSv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15-11-2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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