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75억기부 70대 노부부 “과학인재 양성에 써주세요”

75억기부 70대 노부부 “과학인재 양성에 써주세요”

입력 2015-11-16 09:20
업데이트 2015-11-16 13:4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경기 의정부 이승웅, 조정자씨 부부 KAIST에 유증

이미지 확대
조정자, 이승웅씨 부부
조정자, 이승웅씨 부부
“알뜰히 아끼고 아껴 모은 재산이지만 저희가 다 쓰고 갈 수는 없지요. 우리나라를 부강하게 할 과학인재 양성에 써 주세요.”

경기 의정부에 사는 70대 부부가 75억원 상당 부동산을 KAIST에 유증했다. 유증이란 유언으로 재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무상으로 타인에게 증여하는 걸 말한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승웅(74) ․ 조정자(72)씨 부부. 이들은 지난달 서울 성북구 상가와 경기 의정부시 상가 등 3건의 부동산을 KAIST에 내놓았다.

이씨 부부는 부부의 인연을 맺을 당시부터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부부의 작은 참여로 국가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을 찾던 중 과학기술인재를 양성하는 KAIST를 알게 됐다. KAIST와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부부였지만 올 봄 기부를 결심하고 부부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기부 방법으로 유증을 선택했다.

이씨 부부는 재산을 모으는 건 아끼는 것이 최고라 생각하며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아왔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상경한 이후 지금까지 배달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한다.

남편 이씨는 “어느 겨울날 자전거를 타고 눈길을 뚫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집으로 오는 길에 순댓국집이 있었는데 그 추운 겨울날 따뜻한 순댓국 한 그릇이 얼마나 먹고 싶었던지요. 그 돈이면 온 가족, 열 식구가 돼지고기를 배불리 먹을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혼자 먹을 수 있겠어요”라고 했다.

아내 조씨는“처음 결혼해서 어찌나 검소한 사람이던지 너무 알뜰한 남편을 흉봤어요. 하지만 저도 어느새 닮아가고 있더라구요. 닭고기값 500원을 아끼려고 시장 곳곳을 돌아다녔지요. 얼마인지만 묻고 다니니까 제일 싼 가게에서 저에게는 더 이상 안판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무섭게 아끼며 일군 값진 재산이었다. 부부는 소중한 재산을 KAIST에 내놓으면서도 주저하지 않았다. 조씨는 “저희 부부는 약속을 철칙으로 알고 사는 사람입니다. 결혼 당시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남편과 약속했어요.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도 좋지만 이 나라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 보다 더 값진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되어 제 인생에 가장 기쁘고 행복한 날입니다. 우리 부부의 작은 뜻을 이룰 수 있도록 KAIST가 훌륭한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해 주세요. 다만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면 KAIST 학생들이 훗날 우리의 이름을 기억해 주었으면 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강성모 총장은 “평생 모은 재산을 흔쾌히 기부해주신 부부의 결정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기부자의 기대를 학교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세계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승웅 ․ 조정자 부부 발전기금 약정식은 16일 오후 1시 본관 제1회의실에서 열린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많이 본 뉴스
내가 바라는 국무총리는?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국민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기 국무총리는 어떤 인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대통령에게 쓴 소리 할 수 있는 인물
정치적 소통 능력이 뛰어난 인물
행정적으로 가장 유능한 인물
국가 혁신을 이끌 젊은 인물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