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버스 불태우려 하고… 물대포 조준 발사하고

경찰버스 불태우려 하고… 물대포 조준 발사하고

이슬기 기자
입력 2015-11-15 23:22
업데이트 2015-11-15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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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격렬했던 집회

지난 14일 노동계가 주도한 민중총궐기 대회가 당초 우려를 뛰어넘은 격한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폭력시위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동시에 경찰의 진압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평화적 시위를 공언했던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측 주장과 달리 이번 주말 도심시위는 지난해 노동절 이후 처음으로 횃불까지 등장한 가운데 일부 시위대가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고, 보도블록이나 벽돌을 경찰들을 향해 던지는 등 폭력적인 양상을 보였다. 일부는 차벽을 부수기 위해 경찰버스를 밧줄로 잡아당기거나, 경찰을 향해 쇠파이프와 각목을 휘둘렀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시위 참가자는 경찰버스의 주유구를 열어 불을 내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위가 막바지에 달한 오후 9시 40분쯤에는 약 40∼50명이 횃불을 들고 경찰 차벽 앞에 줄지어 서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 때문에 광화문역 일부 출구가 봉쇄되는 등 이날 인근을 찾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학원생 이모(29)씨는 “평화적으로도 충분히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데 굳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가하고 애꿎은 경찰들을 폭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는 한모(53)씨는 “요즘 같은 때 경찰버스를 부수고 경찰을 향해 쇠파이프를 휘둘러대는 것은 주장하는 바가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광화문광장 집회가 허가되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집회를 하고 싶다면 소송 등 법적인 절차를 통해 해결했어야 했다”며 “쇠파이프·밧줄 등을 동원해 굳이 광화문광장으로 진격하겠다는 것 자체가 시위대의 폭력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측이 차벽을 설치하는 등 집회를 차단한 것이 참가자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해 폭력적인 양상을 부추겼다는 주장도 나온다. 차벽은 2011년 헌법재판소가 ‘과도한 행정권 행사’라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경찰은 서울광장 주변 도로까지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했지만 광화문광장 집회는 불허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사전집회가 시작될 무렵부터 광화문 일대에 차벽을 설치했는데 이는 집회 참가자들에게 ‘아무것도 못하게 하겠다’고 위협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는 국가가 먼저 국민들에게 폭력을 가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재는 차벽의 경우 국가기관이 보호받아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만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했는데, 광화문광장 자체를 보호받아야 할 국가기관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했다.

살수차가 참가자들을 향해 캡사이신 섞인 물대포를 직사하거나 조준 발사한 것에 대해서도 ‘관계 법령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랑희 인권단체연석회의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가는 “경찰이 장비사용 규정이나 지침을 어겼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2015-11-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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