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징용 탄광에서 韓·日 그리고 재일 한국인을 생각하다

강제 징용 탄광에서 韓·日 그리고 재일 한국인을 생각하다

함혜리 기자
입력 2015-10-02 22:54
업데이트 2015-10-0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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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의 연인/다카미네 다다스 지음/최재혁 옮김/한권의 책/264쪽/1만 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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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현대미술가 다카미네 다다스의 연인 K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 한국인 2세다. 6년이나 사귄 그녀가 어느 날 다카미네에게 따지듯 묻는다. “재일 코리안을 향한 당신의 혐오감은 도대체 뭐야?”

‘재일의 연인’은 다카미네가 K로부터 받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시작된 작업의 기록이다. 재일 코리안의 정체성과 2세들이 지닌 국가에 대한 가치관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저자의 고민은 자연스럽게 국제 무대에서 활동하는 일본인 예술가인 자신의 정체성으로 옮아간다. 다카미네는 강제 징용의 역사가 담긴 교토 인근의 단바 망간탄광에 머물면서 답을 찾아 나간다. 사회 속에 내재된 지배와 차별, 억압의 시스템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유쾌하고도 진솔한 글로 전개된다.

설치미술을 주로 하는 다카미네의 영상 작업을 토대로 엮은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첫 장 ‘베이비 인사동’은 재일 코리안 여자 친구와의 결혼식 모습을 찍은 연속 사진과 영상을 글과 함께 구성한 설치미술 작품으로 2004년 부산비엔날레에서 공개됐던 작품이다.

가장 중심이 되는 두 번째 장 ‘재일의 연인’은 2003년 교토비엔날레에 출품한 동굴 현장 설치미술 및 기록 작품이다. 강제 징용의 현장이었던 단바망간기념관장인 이용식씨를 설득하는 일부터 숙소를 마련하고 설치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을 일기와 영상으로 기록했다. 피해의식과 경계심으로 가득한 이 관장,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열정적인 예술가 다카미네, 그리고 재일교포 연인 K의 이야기는 결국 한국과 일본, 재일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를 포괄한다. 임신과 결혼, 출산의 과정을 담은 마지막 장까지 책은 ‘자신’의 문제로부터 ‘전체’를 바라보는 확장된 시선을 담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담아낸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2015-10-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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