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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능 변별력 더 떨어뜨릴 영어 절대평가

[사설] 수능 변별력 더 떨어뜨릴 영어 절대평가

입력 2015-10-01 23:44
업데이트 2015-10-0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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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현재 고교 1학년부터 절대평가로 치르기로 한 수능 영어 성적을 9등급으로 평가한다고 어제 발표했다. 현행 상대평가에서는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이 제공되지만,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등급만 표기된다. 1점 차이로 과목 등수가 매겨지던 제도가 등급제로 바뀌니 변별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수능 영어의 절대평가제는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영어 사교육비 부담을 대폭 경감해야 한다”고 지시한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돼 왔다.

절대평가제로 바뀌면 수능 영어는 90점 이상이면 모두 1등급이 된다. 4개까지 틀려도 1등급이다. 올해 9월 모의평가 수준의 난이도라면 절대평가로 바뀐 수능 영어는 상위 23%가 1등급을 받게 된다고 한다. 수능 응시생 60만명 중 약 14만명에 해당한다. 현행 상대평가 9등급제일 때 상위 4%까지가 1등급인데, 지금 3등급 수준의 성적을 받으면 2018학년도부터는 모두 1등급이 된다. 수능시험이 이미 쉽게 출제되고 있는 마당에 영어 절대평가제까지 도입하면 변별력은 더 약화될 것이다.

변별력이 사라지면 우수한 학생이 제대로 실력을 평가받지 못한다. 이런 부작용을 잘 알 텐데도 교육 당국은 마이동풍이다. 학생부 중심의 전형 방식을 정착하기 위한 것이라 하지만 학교별 격차가 있는 현실에서 대학들이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가령 우수한 학생을 뽑으려는 대학들로서는 영어 심층면접, 영어논술 등을 통해 변별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수능시험만 잘 쳐도 대학에 갈 수 있었던 교육 오지 학생들의 진학 기회를 줄일지 모른다. 교육부는 다른 과목의 절대평가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찔끔찔끔 제도를 고칠 게 아니라 차라리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하고 대학에 선발자율권을 주는 방안을 체계적으로 연구 검토하는 게 옳다.

절대평가를 한다고 사교육이 줄어든다는 보장도 없다. 영어 사교육은 줄지 몰라도 ‘풍선효과’로 수학, 국어 등의 사교육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대학별 영어시험에 대비한 사교육이 새롭게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영어 사교육을 줄이려면 공교육 현장인 학교에서 영어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잘 가르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게 정도(正道)다. 절대평가제 같은 편법에 의존해서 될 일이 아니다. 결국 사교육도 못 잡고, 학생들의 영어 실력은 하향 평준화된다면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치게 된다.
2015-10-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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