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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다큐] 태초의 불 깃든 소박미…사람 사는 온기를 담다

[포토 다큐] 태초의 불 깃든 소박미…사람 사는 온기를 담다

도준석 기자
도준석 기자
입력 2015-09-29 17:54
업데이트 2015-09-29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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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지산 이종능의 흙·불 그리고 인생

“흙과 불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제가 느끼는 흙은 곧 사랑입니다. 그리고 불은 열정입니다. 흙과 불은 곧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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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종능씨가 경기 광주시 퇴촌면 관음리 작업실에서 항아리 유약작업 준비를 하고 있다.
도예가 이종능씨가 경기 광주시 퇴촌면 관음리 작업실에서 항아리 유약작업 준비를 하고 있다.
도예가 지산(芝山) 이종능(57)의 흙에 대한 철학이다.

그는 1958년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태어나 토기 파편과 토우들을 논밭에서 주워 장난감 삼아 지내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대학을 다니던 시절 지리산 여행 중 비가 내린 후 본 형형색색의 흙에 매료돼 갖게 된 관심을 계기로 도예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종능씨가 퇴촌면에 있는 전통 가마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약 1300도로 구워진 작품은 일주일 뒤에 세상으로 나온다.
이종능씨가 퇴촌면에 있는 전통 가마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약 1300도로 구워진 작품은 일주일 뒤에 세상으로 나온다.




하지만 그는 과거를 대표했던 도자기를 답습해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졌고, 백자, 청자가 그 시대의 도자기였듯이 이 시대는 이 시대의 도자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흙의 흔적, 세월의 느낌, 간절한 기도로 표현되는 새로운 도자기의 탄생을 염원하며 자신의 도자기 이름을 ‘토흔’(土痕)이라 짓고 도자기에 대한 탐구를 시작한다.

1989년에 일본, 제주도, 대만, 태국 등 남방문화권 도자기 흐름을 연구했으며, 이후에도 3년간 중국, 몽골, 실크로드의 명요, 명차, 산지를 찾아 북방문화권의 흐름도 추적했다. 그리고 중국 남송의 명요, 건요, 길주요 등지를 답사하며 태토, 파편, 가마구조 등을 연구해 어느 계파와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는 토흔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완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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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능씨가 관음리 작업실에서 작품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종능씨가 관음리 작업실에서 작품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토흔은 비대칭의 소박미를 추구한다. 태초의 그 색을 불 속에 그대로 간직하면서 우리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 준다. 이러한 그의 작품세계는 거짓을 용납하지 않는 정직함에서 나온다. 도예는 그의 생활이자 삶 자체다. 현재 살고 있는 경기도 퇴촌에서 가마를 만들 때도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았으며, 환갑을 앞둔 나이에도 문하생 한 명 없이 모든 작업을 스스로 해내고 있다.

2004년 세계 각국의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23명(AIG, 3M회장 등)의 부부 찻그릇을 제작함으로써 국제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퇴촌면 관음리 지산 도천방에서 강원도 평창 소나무 장작이 가마의 온도를 높이고 있다.
퇴촌면 관음리 지산 도천방에서 강원도 평창 소나무 장작이 가마의 온도를 높이고 있다.




2007년 영국 대영박물관의 ‘달 항아리’ 특별전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DC 한국문화원 K갤러리에서 오는 10월 5일까지 전시회가 열린다.



“지난 30년이 도예 전반부였다면 이제 남은 시간에는 작품 하나하나에 작가의 이야기, 사람 사는 온기를 담고 싶다”면서 “내년쯤 온두라스, 아이티, 탄자니아 등에 도자기를 보급하며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능은 “도예가는 직업이 아니라 인생 마지막까지 함께 가는 길동무”라고 얘기한다. 한국의 전통 속에서, 하지만 한국에만 얽매이지 않는 그는 흙을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2015-09-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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