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세기의 조작 사건/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세기의 조작 사건/이동구 논설위원

이동구 기자
입력 2015-09-25 22:34
업데이트 2015-09-2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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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은 폭스바겐의 판매 자동차 48만 2000대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고, 우리 정부도 곧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한 소비자는 “친환경적이고 연비가 좋다는 말을 믿고 구입했는데, 사기당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폭스바겐 자동차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메이드 인 독일’ 상품에 대한 믿음까지 위협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기업의 지나친 욕심이 국가 이미지에 큰 상처를 준 세기의 조작 사건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조작 사건의 배후에는 엄청난 유혹과 함께 상응하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폭스바겐의 조작 사건 역시 자사 제품의 해외 수출을 더 쉽게 할 수 있었겠지만, 천문학적인 배상 비용과 함께 기업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대가를 치르게 됐다. 몇 해 전 바클레이스 UBS 등 세계 유수의 대형은행 12곳이 2005~2009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리보(LIBOR)를 조작해 오다 적발된 리보금리 조작 사건 또한 희대의 사기극으로 꼽히고 있다. 2012년 미국 법무부와 영국 금융감독청 등은 금리 담합을 이유로 총 20억 달러(약 2조 2000억원) 규모의 벌금을 부과했다.

조작 사건의 단골 메뉴는 정치 또는 정치인과 관련된 것이다. 영화 ‘변호인’의 배경으로 유명한 부림사건은 대표적인 용공 조작 사건의 하나로 꼽힌다. 1981년 9월 부산지검 공안 책임자의 지휘 아래 부산 지역에서 사회과학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교사·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한 뒤, 짧게는 20일에서 길게는 63일 동안 불법으로 감금하며 구타 및 고문을 가했다. 제5공화국 군사정권이 통치 기반을 확보하고자 민주화운동 세력을 탄압하던 과정에서 일어난 조작 사건으로 기록됐다. BBK 주가조작 사건도 국민의 뇌리에 뚜렷하다. 1999년 설립된 투자자문회사 BBK가 옵셔널벤처스사의 주가를 조작한 사건이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개입됐는지를 두고 큰 정치 쟁점화됐다.

최근엔 스포츠의 승부 조작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선수나 감독을 매수해 스포츠 복권의 배당금을 노리는 수법이다. 2008년 국내 프로축구 무대인 K리그에서 승부 조작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최근까지 프로농구, 야구 등에서 승부 조작이 행해졌던 것으로 밝혀져 팬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조작이란 어떤 일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드는 것을 말한다. 사기극인 셈이다. 최근 방위사업청의 차기 전투기 사업이 기술이전 여부와 관련해 국민을 속였다는 의혹에 놓여 있다. 청와대 등 관련 기관들이 조사에 나선 만큼 조작 여부가 곧 가려질 것이다. 조작은 불신을 키워 기업이나 정부를 믿지 못하게 만든다. 거짓이 발붙이지 못하는 사회가 되도록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동구 논설위원 yidonggu@seoul.co.kr

2015-09-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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