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달 7일부터 토크 콘서트 여는 박경림
“저라고 왜 가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겠어요. 아기를 보다가도 밖에 나가고 싶고 모처럼 한 번 회식할 때도 집에서 찾으면 바로 들어가야 하고…. 저도 힐링하는 느낌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박경림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콘서트는 남편들이 집 나간 아내를 찾기 위해 탐정 박경림에게 의뢰하는 콘셉트로 짜여졌다. 연극배우가 가상의 남편으로 등장하는 등 연극적인 요소와 더불어 토크, 춤, 노래 등이 한꺼번에 섞여 있다. 주부들이 명절 때 받은 스트레스를 날리기에 제격이다. “지난해 첫 번째 토크 콘서트를 마치면서 내년에도 스트레스와 울분이 쌓이면 또 모이자고 얘기했어요. 올 초부터 시즌2는 언제 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더군요. 이번에는 남편의 의뢰를 받아 집 나간 아내들의 속내를 파헤치고 이야기를 나누는 콘셉트예요. 남편 또는 자녀들이 아내나 엄마가 왜 힘든지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묻지도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죠.”
최근 공연계에는 강연과 토크, 미니 콘서트를 합친 토크 콘서트 열풍이 불고 있다. 토크 콘서트 열풍을 주도한 김제동, 김미경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삶의 깨달음은 (김)제동 오빠에게, 솔루션은 김미경 선생님에게 얻으면 되고 우리 공연은 무조건 스트레스를 풀고 재미를 주는데 있다”면서 웃었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주부들을 위한 평일 오전 11시 공연은 700석 전석이 매진됐다.
“관객의 절반가량은 30대이지만 70대까지 다양해요. 미혼자들도 많구요. 마당놀이처럼 누군가 고민을 얘기하면 여기저기서 함께 고민하고 조언을 해 줘요. 토크할 때 이름표에도 누구 엄마가 아닌 관객의 이름을 직접 써요. 결혼해서 누군가의 엄마로, 아내로 살아가다 보면 정작 자기 자신을 잃게 되잖아요.”
관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입장할 때 가출에 필요한 각종 일상용품을 담은 파우치를 선물하고, 놀기 전에 혹시 체력이 떨어질 것을 대비해 각종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그는 “관객들이 일단 공연에 들어오는 순간 이야기에 함께 빠지게 된다. 끝난 뒤 내가 왜 그렇게 놀았을까 생각이 날 정도로 신나게 노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깜짝 게스트들이다. 지난해에는 정우성, 조인성, 2PM 택연 등이 출연해 객석 구석구석을 누벼 여성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마당발’ 박경림이 직접 섭외에 나섰음은 물론이다. 이들은 모두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아마 군대에 걸그룹이 갔을 때의 반대 상황을 상상하시면 될거예요.(웃음) 설문조사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모시려고 하고 있어요. 남성 톱스타 두 명은 이미 출연을 확정했구요.” 가수 양동근과 공연 주제곡을 만들기도 한 그는 수익금을 모두 여성들을 위해서 쓰기로 했다. “집을 나가고 싶은 여성들의 심정을 담아 양동근씨와 힙합 스타일의 주제곡을 만들었죠. 처음부터 여자들을 위한 토크 콘서트를 기획했기 때문에 미혼모 단체 등 여성들이 필요한 곳에 수익금을 기부할 생각이에요. 많은 분들이 오셔서 함께 공감하고 편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2015-09-23 2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