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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王 “전쟁 반성” 아베는 ‘不戰 외면’… 반전·극우 ‘두 얼굴의 도쿄’

日王 “전쟁 반성” 아베는 ‘不戰 외면’… 반전·극우 ‘두 얼굴의 도쿄’

이석우 기자
입력 2015-08-16 23:14
업데이트 2015-08-17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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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 70주년’ 일본의 분위기

패전 70주년을 맞은 일본에서 추모 열기 속에서 반전과 반성의 목소리와 야스쿠니 집단 참배 등 국수주의 목소리가 뒤엉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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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인 지난 15일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해 헌화한 뒤 절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앞선 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 AFP 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인 지난 15일 아키히토 일왕 부부가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해 헌화한 뒤 절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앞선 대전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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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인 지난 15일 일본 국회의원 수십명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참배 대신 공물 비용을 냈다.   도쿄 AFP 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인 지난 15일 일본 국회의원 수십명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참배 대신 공물 비용을 냈다.

도쿄 AFP 연합뉴스
아키히토 일왕은 종전 70주년을 맞아 지난 15일 도쿄 부도칸에서 열린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앞선 대전(大戰)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아베 신조 총리는 이 행사에서 “전후 70년을 맞아 전쟁 참화를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고만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일본의 가해 사실을 거론하지 않았고, 역대 총리가 추도식에서 언급한 ‘부전(不戰) 맹세’를 3년 연속 외면했다. 정치에 간여하지 못하는 일왕의 ‘깊은 반성’ 발언이 이날 아베 총리의 추도사나 전날 담화보다도 더 돋보였다. 일왕이 우회적으로 아베 총리의 태도를 견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왕의 이번 메시지는 일본의 가해 행위를 분명히 밝히지 않고, 안보법안을 밀어붙여 위헌 논란을 겪는 아베 총리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무상 등 현직 각료 3명과 국회의원 66명이 이날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했다. 전날 발표한 아베 담화가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역대 내각의 담화를 계승한다는 입장을 무색하게 했다. 아베 총리는 참배하지 않고 측근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총재 특보를 통해 공물인 다마구시 비용을 냈다. 아베 총리는 “영령에 대한 감사와 야스쿠니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는 메시지를 내는 등 역시 의식과 전날 담화의 진정성을 다시 한번 의심하게 했다.

야스쿠니 주변은 군국주의 세력의 집결장 같았다. 군대 보유를 주장하며 헌법 개정 주장이 담긴 유인물이 뿌려지는가 하면 일본군 위안부 보도를 선도한 아사히신문에 항의하고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목소리도 들렸다. 안보법안이 일본을 침략으로부터 지켜 줄 것이라는 내용의 유인물 등도 나돌았다. ‘일본은 침략 국가가 아니다’라는 구호가 담긴 현수막을 들고 서 있는 사람, 군복을 입고 행진하는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반면 시민단체들의 평화 기원 집회 등은 조용하게 진행됐다. 안보법안 등에 반대하는 학자, 작가들이 많은 ‘시민포럼’은 도쿄 국회회관 등에서 4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집회를 갖고 “전쟁 이전 정책으로 되돌려서는 안 된다”며 “아베의 정책이 전쟁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헌법학자 히구치 요오이치 도쿄대 명예교수는 “아베 정권의 방식은 인류의 지식 축적을 부수고 있다”고 우려했다. 작가 오치아이 게이코는 “안보법안이 (우리를) 70년 전으로 돌리게 하지 않도록 각자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호소했다.

반전과 자성의 목소리는 나지막한 가운데 가해 사실은 사라지고 피해와 희생만을 부각시키며 역사 해석을 고쳐 나가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국수주의 선동 물결이 두드러졌던 패전 70주년 날이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2015-08-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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