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용인해 준 ‘순환출자’ 탓, 이건희 2.24% 최고… 박용곤은 0%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회장이 0.05%의 지분(한국 롯데 계열사)만으로 ‘황제경영’을 펼칠 수 있는 것은 순환출자 때문에 가능했다며 재벌의 기업 지배구조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다른 재벌 총수들의 상황은 어떨까.6일 재벌닷컴이 삼성·현대·SK·LG·롯데·GS·현대중공업·한진·한화·두산 등 국내 10대 그룹 총수 일가의 소유 지분을 분석한 결과 10명의 총수가 보유한 상장 계열사 지분율은 평균 0.25%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총수가 보유한 지분과 배우자와 자녀가 보유한 상장 계열사 지분을 더한 ‘총수 가족 상장 계열사 평균 지분율’도 0.49%에 그쳤다. 4촌 이내 친족이 소유한 지분 규모도 평균 0.73%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상장 계열사 보유 지분율이 평균 2.24%로 가장 높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1.89%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1.78%), 허창수 GS그룹 회장(1.25%),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1.12%)도 상장 계열사 보유 지분율이 1%대 수준으로 나타났다.
상장 계열사 보유 지분 비율이 0%인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 자녀 등 직계가족이 보유한 몫을 합쳐도 0.03% 수준이다.
이처럼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우리의 압축적인 경제 성장과 관련이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적은 자본으로 경제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 정부가 순환출자를 용인해 줬기 때문이다. 일부 회사들에 대한 지분만 보유하고 있어도 안정적인 경영권을 가질 수 있어 기업의 덩치가 불어남에 따라 총수 일가가 보유한 상장 계열 회사의 평균 지분율은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공격적인 경영 활동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순환출자가 불가피했다”면서 “다만 순환출자가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일감 몰아주기와 같이 총수의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데 사용되는 등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개선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2015-08-07 1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