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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광복 70주년, 무궁화/윤영균 국민대 특임교수·전 국립산림과학원장

[열린세상] 광복 70주년, 무궁화/윤영균 국민대 특임교수·전 국립산림과학원장

입력 2015-08-03 00:10
업데이트 2015-08-03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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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이 되는 해다. 그래서 연초부터 통일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금년에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의 길을 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김정은 또한 “올해 한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 통일의 대통로를 열어 가자”고 했다. 전 국민이 광복 70주년이라는 뜻깊은 한 해의 시작과 더불어 통일의 기운이 다시 싹트길 소망했다. 그러나 북한이 보여 주고 있는 모습을 보면 통일을 위한 진정 어린 대화 의지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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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균 국민대 특임교수·전 국립산림과학원장
윤영균 국민대 특임교수·전 국립산림과학원장
최근 발표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민족의 동질성은 정치·사회·문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유사성이 높을 때 유지되는데, 남북한 주민 간 이질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는 70년간 단절돼 왔기 때문이다. 해마다 광복절이 다가오면 우리가 ‘한민족’임을 깨닫고 통일 의지를 다지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린다. 그럴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나라꽃 무궁화’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은 무궁화라는 꽃 자체도 잘 모른다고 한다.

무궁화는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있었을까. 중국 춘추전국시대 지리서인 산해경(山海經)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반도에 무궁화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가 있는데,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君子之國 有薰花草 朝生暮死)라는 부분이 있다. 군자국은 우리나라를 가리키며, 훈화초는 무궁화의 옛 이름이다. 또한 신라 효공왕 때 당나라에 보낸 국서(國書)에도 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 곧 무궁화의 나라라고 했다. 고려시대에도 무궁화는 전 국민으로부터 사랑을 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조선 세종 때 강희안이 쓴 양화소록(養花小錄)에서도 “우리나라에는 단군이 개국할 때 무궁화(木槿花)가 비로소 나왔기 때문에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일컬어 ‘무궁화의 나라’(槿域)라 말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무궁화는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삶에 뿌리를 내렸던 것이다.

물론 무궁화가 늘 사랑 속에 자란 것은 아니었다. 일제강점기에 무궁화는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는 꽃이라는 이유만으로 심한 배척을 당했다. 일제는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선다고 해서 ‘눈의 피 꽃’이라고 하거나 손에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긴다 해서 ‘부스럼 꽃’이라고 했다. 심지어 보이는 대로 뽑아 없애 버리기까지 했다. 이런 고난에 맞서 애국지사들은 무궁화에 대한 애정을 키워 국민들에게 광복의 희망을 주었고 민족정신을 일깨웠다. 도산 안창호 선생은 연설 때마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 외쳤다. 애국가의 후렴에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이 들어가며 나라꽃으로 인식됐다. 민족 교육자인 남궁억 선생은 강원도 홍천에 보리울 학교를 세워 민족 역사 교육에 집중하면서 직접 무궁화 묘포장(苗圃場)을 만들어 해마다 수만 그루의 묘목을 전국에 보급했다.

무궁화는 고조선 이전부터 우리 민족의 기쁨과 슬픔의 순간을 함께했다. 이런 무궁화를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시절 애국지사들이 우리 민족의 상징으로 삼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정부를 대표하는 각종 문서의 문양, 대통령 휘장, 국회의원 배지 등이 모두 무궁화 모양인 것만 봐도 ‘무궁화’는 곧 ‘대한민국’ 그 자체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어느 해보다 다양한 무궁화 관련 행사들이 열린다. 산림청과 각 지자체는 천안 독립기념관을 비롯해 홍천, 수원, 완주, 무안 등에서 ‘광복 70주년 나라꽃 무궁화 큰잔치’를 개최한다. 이를 위해 국립산림과학원은 국내외 100여 종의 무궁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무궁화 분화(盆花) 수백 점을 독립기념관 내 광복의 큰 다리 주변에 전시한다.

무궁화의 꽃말은 ‘일편단심’이다. 많은 시련을 겪어 오면서도 끝내 은근과 끈기로 극복해 온 우리 민족처럼 무궁화는 새벽 누구보다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고, 여름의 타는 듯한 더위를 이겨 내며 무궁(無窮)한 수천 송이의 꽃을 피워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보탰다. 광복과 분단이라는, 그 영광과 슬픔의 70년 시간 속에서 민족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해 온 무궁화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되새기며 백두에서 한라까지 무궁화 꽃이 만발한 한반도 통일의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2015-08-0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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