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넘기 절망과 싸우기… 그렇게 인간이 된다

고통을 넘기 절망과 싸우기… 그렇게 인간이 된다

김성호 기자
입력 2015-07-24 23:16
업데이트 2015-07-25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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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장애인 철학자, 완성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삶과 행복을 말하다

인간이라는 직업/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임희근 옮김/문학동네/132쪽/1만원

인간은 정상적이든 비정상의 몸을 갖고 있든 어쩔 수 없이 살아내야만 하는 생명체다. 그래서 삶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고통일 수 있다. 순간마다 부닥치는 난관과 어려움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만 하는 존재인 인간. 그 인간이 고통의 순환을 극복하고 살아낼 수 있게 만드는 건 바로 ‘내일은 오늘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일 것이다.

탯줄이 목에 감겨 질식사 직전 기적적으로 태어나 뇌성마비를 갖게 된 프랑스의 장애인 철학자 알렉상드르 졸리앵(40). 17년간 요양시설을 전전했던 그에게 일상의 순간순간은 모두 극한의 고통이고 철인적인 노력의 점철이다. 그 극복의 체험과 번민의 사유가 ‘인간이라는 직업’으로 결집됐다. 그리고 그 사유의 핵심은 이렇다. “우리는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되어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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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프리부르 문과대와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칼리지를 거친 철학자 졸리앵은 여러 저술을 통해 유럽에서는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다. 1999년 세상에 낸 첫 저술 ‘약자의 찬가’는 프랑스 몽티용 문학철학상과 아카데미프랑세즈가 수여하는 모타르상을 수상했다. 5년 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연히 접한 ‘선’(禪)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예수회 신부인 서명원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를 스승으로 삼아 한국에 건너왔다. 지금은 서울에서 불교와 가톨릭의 수행을 함께하고 있는 그는 ‘인간이라는 직업’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렇게 인사말을 겸한 긍정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약하다는 게 꼭 중압이나 장애만은 아니며 놀라운 풍부함의 장소가 될 수 있다.”

‘삶의 기술이란 즐거운 금욕’이라는 그의 말 그대로 책은 어찌하면 좀 더 낫게 살 것인가라는 화두 풀이로 다가온다. 우선 “태어나 지금껏 단 하루도 어려움이나 문제에 부딪히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었다”는 졸리앵이 보는 ‘인간이라는 직업’은 몸과 마음으로 치르는 고통에 대한 전투이자 자신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절망과 삶에 대한 희망을 놓아 버리지 않기 위한 전투다. 수많은 차이와 그에 따른 편견 어린 시선과의 싸움이고, 수많은 고통을 가진 동료들만이 아니라 정상인 ‘동업자’들과도 함께 치르는 전투이기도 하다.

내면의 밑바닥까지 파고들어 인간으로서의 ‘자기’를 재발견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전하는 저자는 “아무리 망가진 몸이라 해도 몸은 신비요, 경이요, 삶의 도구”라고 당당히 말한다. 공동생활에의 적응 과정 자체가 지난한 전투였을 그에게 ‘실존은 투쟁에서 나온다’는 명제는 확고한 믿음이다. 그래서 고통을 피하려고만 하기보다 고통의 감정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때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할 힘을 얻게 된다고 가르친다. 보다 행복한 지평을 향해 똑바로 서서 방향을 유지하는 기술을 가지라는 것이다.

“아무리 타인의 몸을 탐한다 한들 타인의 몸이 내 것이 될 수 없다.” 결국 누구에게나 자신의 몸은 대상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다. “잘 생각해 보면 인간은 본성상 어떤 정의(定義)에도, 어떤 규범에도 구속될 수 없지 않은가? 개개인의 아름다움은 바로 그 독특함에 있는 것 아닌가?” ‘비교가 아닌 극복이 삶의 과제’라고 거듭 말하는 저자는 이렇게 요구한다. “편견과 환상, 혼란스럽게 하는 감정, 내밀한 상처 등 우리의 내면 여행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털어 버리라.” 그리고 연대가 단절된 삶은 유연성을 잃고 결국은 죽음에 이르니 남을 돌보는 일을 잊지 말라고 특별히 당부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5-07-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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