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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통보 뒤 남친자살’…법원 “여성 배상책임 없다”

‘이별통보 뒤 남친자살’…법원 “여성 배상책임 없다”

입력 2015-07-24 11:32
업데이트 2015-07-2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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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상황 미리 예상하고 이별 통보했다고 보기 어려워”

피 끓는 청춘이던 20대 중반의 A씨는 2011년 4월 남미로 여행을 갔다가 4살 연상의 한 여성을 우연히 만났다.

전역을 6개월 씩이나 늦추며 군대에서 모은 돈으로 장기간 떠난 여행이었다.

타지에서 둘은 호감을 느꼈고,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A씨는 자신이 사는 인천과 여자친구가 있는 부산을 주말마다 오가며 ‘장거리 연애’에 푹 빠졌다.

사귄 지 2년가량 됐을 무렵인 2013년 11월 A씨는 부모님에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A씨의 부모는 아들이 취업하지 않았고 나이 차가 많이 난다는 이유로 둘의 교제를 극구 말렸다.

A씨는 어머니와 8개월가량 대화를 하지 않으며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영원할 것 같던 둘의 사랑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실금은 금세 유리 전체를 산산조각 낼 정도로 커졌다.

지난해 7월 A씨의 여자친구는 헤어지자고 했다. 청천벽력 같은 이별 통보에 인천에 있던 A씨는 부산으로 곧장 내려갔다.

새벽 4시께 여자친구가 사는 오피스텔에 도착해 3시간가량 설득했지만 깨진 유리 조각들을 다시 붙일 수는 없었다.

A씨는 그 건물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여자친구는 연인이 자살한 지 7개월 만인 지난 2월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A씨의 부모는 아들의 여자친구를 상대로 총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아들과 여자친구가 3년 넘게 사귀며 결혼을 준비했고 1주일 이상 부산의 오피스텔에서 함께 지내는 등 사실혼 관계였다”며 “피고는 아들이 자살할 무렵 이미 다른 남자를 사귀고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도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지법 민사17부(도진기 부장판사)는 A씨의 부모, 동생, 조부모가 A씨의 여자친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실혼 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사회통념상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A씨가 피고의 오피스텔에 자유롭게 출입했고 1주일 이상 함께 지낸 적이 있더라도 둘 사이에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법률은 ‘어떤 행동을 하면 대개는 이런 결과가 발생한다’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원인행위만을 다룬다”며 “피고가 이별을 통보할 때 남자친구의 자살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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