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메르스 관광객 “다 퍼뜨리고 다니겠다”며 진료실 걸쇠 부수고 택시타고 가

제주도 메르스 관광객 “다 퍼뜨리고 다니겠다”며 진료실 걸쇠 부수고 택시타고 가

입력 2015-06-19 08:39
업데이트 2015-06-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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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메르스, 제주 신라호텔
제주도 메르스, 제주 신라호텔


제주도 메르스 관광객 확진, 제주 신라호텔

[제주도 관광객 메르스 확진] 진료실 걸쇠 부수고 택시타고 가…감염 확산 가능성은?

지난 13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141번(42) 환자가 확진 며칠 전 가족과 제주에서 3박 4일간 여행하며 공항과 관광지 등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메르스 청정지역’을 유지해 온 제주도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18일 제주도 메르스 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141번 환자는 지난 5일 오후 부인과 아들, 다른 가족 등 8명과 함께 항공편으로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렌터카를 타고 오후 5시께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신라호텔에 도착한 환자 일행은 오후 6시쯤 신라호텔 앞 고깃집에서 식사한 뒤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 둘째 날인 6일에는 아침에 호텔 뷔페에서, 점심에 호텔 수영장의 식당에서, 저녁에 제주시 해안도로의 횟집에서 각각 식사했다.

셋째 날인 7일에는 오전 11시쯤 호텔 뷔페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서귀포시 남원읍의 코코몽에코파크를 방문했으며, 오후 3시께 제주시 조천읍의 승마장에 갔다. 오후 5시쯤 호텔에 돌아온 141번 환자의 일행은 고깃집에서 저녁식사를 했으나 141번 환자는 이 자리에 불참했다.

이 환자 일행은 8일 오전 호텔 뷔페에서 아침식사를 한 뒤 제주공항에서 항공편으로 귀경했다. 이 환자는 신라호텔에서는 뷔페와 수영장, 식당 외에 다른 시설은 이용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여행 중 몸이 좋지 않아 혼자서 차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다고 해 이때부터 메르스 증상이 나타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이 환자는 지난달 27일 부친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 정기검진을 받을 당시 동행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환자는 제주 여행을 마친 다음 날인 9일 오후 직장에서 퇴근한 뒤 발열과 기침 등의 증세를 보였으며, 지난 13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의 부인과 아들 등 밀접접촉자에게서는 현재까지 발열 등 특이증상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는 신라호텔의 폐쇄회로(CC)TV와 직원의 진술 등을 통해 현재까지 34명의 밀접접촉자를 파악하고 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호텔 직원 31명에 대해 자가격리하도록 통보했다. 이들은 모두 환자와 2m 이내 거리에 있던 사람들이다.

141번 환자는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메르스 검사를 받던 중 “내가 메르스에 걸렸다면 다 퍼뜨리고 다니겠다”며 소란을 부렸으며, 검사 결과도 기다리지 않고 걸쇠를 부수고 진료소를 벗어나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가기도 했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의 신라호텔은 메르스 우려가 사라질 때까지 영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신라호텔 측은 18일 “메르스 우려가 사라질 때까지 영업을 잠정 중단하고 이날 투숙객을 모두 돌려보낼 예정”이라면서 “뷔페와 수영장 등의 부대시설 운영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편 141번 환자가 판정 전인 지난 5∼8일 3박 4일간 제주를 여행했을 때 감염원으로서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은 극히 적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제주도 메르스 민간역학조사 지원단장인 배종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제주도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배우자의 말에 따르면 141번 환자는 지난 10일 새벽 4시쯤 발열이 시작됐다”며 “현재까지 파악된 정보로 볼 때 이 환자가 제주 여행을 하며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진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 교수가 환자의 배우자와 전화통화로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부친이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 정기검진을 받을 당시 동행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환자는 이보다 앞서 지난달 23일부터 감기몸살 증상을 보였다. 이 환자는 병원 진료를 받고 약을 복용해 지난 3일쯤 감기 증상이 사라지자 5일 제주 여행길에 올랐다.

141번 환자는 애초 지난 9일 오후 4시쯤 직장에서 퇴근한 뒤 열이 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배우자는 열이 10일 새벽에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 환자가 여행 기간에 몸이 좋지 않아서 혼자 차에 머무른 시간이 많았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제주 여행 기간에는 발열 등 메르스 의심증상이 없었으며, 본인은 단지 여행하는 기간에 수면 부족 등으로 졸려 차에서 잠을 잤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배 교수는 전했다.

배 교수는 “35번 환자인 의사가 발열 전 접촉한 1500여명 모두 음성 판정이 나왔듯이 메르스에 감염되더라도 이상 증상이 나타나기 전인 잠복기에는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환자가 제주에서 다른 사람에 메르스를 감염시켰을 가능성이 낮은 이유를 설명했다. 배 교수는 또한 “병원에서 환자와 밀폐된 공간에 머물렀다면 잠깐의 방문으로도 감염 가능성이 있지만 식당이나 공항 등 일상생활이 이뤄지는 열린 공간에서 함께 있었던 것만으로는 감염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식당이라면 식사할 때 최대 2시간 정도 머물렀다고 해도 감염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이 환자가 제주에서 가장 오래 머무른 신라호텔의 밀접접촉 직원을 제주도가 격리 조치한 것 등도 만에 하나의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고 배 교수는 밝혔다. 배 교수는 “벌써 141번 환자가 제주를 떠난 지 만 10일 지났다”며 잠복기가 최대 14일인 점을 고려할 때 오는 22일까지 격리자 및 모니터링 대상자에게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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