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블로그] 뒤늦은 전문보험사 허용 누굴 위해서?

[경제 블로그] 뒤늦은 전문보험사 허용 누굴 위해서?

백민경 기자
백민경 기자
입력 2015-06-01 00:34
업데이트 2015-06-0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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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큰 보험사 유리… 외국사 눈치 보나” 금융위 “소비자 서비스·상품 선택 넓어져”

금융 당국이 최근 보험업 인가 방식을 11년 만에 바꿨습니다. 종목별 인가에서 상품별 인가로 말입니다. 쉽게 말해 여행자·건강보험 등 특정 상품만 파는 보험사가 나온단 얘기지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등 종목별로 인가를 내주던 기존 방식과 달라진 겁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업계에서 ‘뒷말’이 많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업계에서도 오히려 “너무 늦었다”는 반응입니다. 이전에도 몇몇 전업보험사들이 해당 보험만 팔려고 했다가 당국의 벽에 막히자, 아예 종합보험사로 인가를 다 받았습니다. 한 마디로 ‘뒤늦게 웬 뒷북’이냐는 것이지요. 또 현재도 여행자보험을 파는 손해보험사가 10여곳이 넘어 볼멘소리는 더 큽니다.

보험업계에선 “시장은 포화되고 결국 손해율만 악화될 것”이라는 불만도 크네요. 4대악(惡) 보험이나 자전거 보험 등 실효성 없는 정책성 상품과 같은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전평’입니다.

특히 “대형보험사만 좋은 일 시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옛 그린화재보험(현 MG)이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보험으로 히트를 쳤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돈이 된다 싶으니 삼성화재 등 손보사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어 ‘레드오션’ 시장이 됐습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특화시장, 전문보험이 현재의 금융환경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다”면서 “장사가 된다 싶으면 대형사들이 마케팅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해 갈 텐데 경쟁이 되겠느냐”고 반문합니다. 지금은 ‘돈줄’이 약한 전문보험사가 자생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이지요. 또 종합보험사들이 이미 대다수 종목에 대한 인가를 받아 신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만큼 그렇게 새로운 히트상품이 나올 수 없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너무 기막힌 우연’이라는 핀잔도 들립니다. 여러 손보사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꿈쩍 않던 인가 제도가 최근 라이나생명의 ‘여행자보험 진출 검토’ 보도 후 바로 나와서이지요. “외국사 눈치 보기 아니냐”는 얘기입니다.

물론 금융위는 펄쩍 뜁니다. “다양한 전문보험사가 등장해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만큼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더 싼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먹거리를 찢어 놓는 것보다, 지나치게 간섭이 많은 보험업 관련 규제부터 푸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합니다. 저금리·저수익 기조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환경입니다. 당국은 현장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업계는 ‘파이’가 줄었다고 불평만 할 게 아니라 다른 성장동력을 찾는 데 더 눈을 돌려야겠습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2015-06-01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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