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늪’에 빠진 자영업자들
서울 홍제동의 한 기저귀 도매 상점이 잦은 업종 변경 탓에 중고 피아노사 간판을 바꾸지 못한 채 영업을 하고 있다.
서울 홍제동의 한 의류 상점이 교습소 간판으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 홍제동의 한 전봇대에 점포를 급매한다는 종이가 붙어 있다.
서울 홍제동의 폐업상점 앞에 대출을 알리는 명함이 떨어져 있다.
손바닥만한 가게.
몇 시간을 기다려도 손님이 들지 않는다.
어쩌다 눈길 주는 행인 있어
혹 기대를 해 보지만,
눈으로만 상점을 훑고 이내 떠나 버린다.
자영업자 열의 아홉은 쪽박이라 했던가.
알고 있어도 당장 살기 위해 시작할 수
있는 직장이라고는 이것뿐이었다.
실업급여, 청년일자리대책…
사회고용안정을 위한 장치는 많지만
명색이 ‘사장님’인 그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불안한 현실 속 길거리 상점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망하고,
또 그 자리를 새로운 예비 쪽박 자영업자가
들어선다.
언제 망할지 모르는 현실과 마주하면
간판을 바꿔 다는 일조차 녹록지 않다.
어쩌다 벌린 돈은 창업 이자를 대고 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가게 앞에 뿌려진
대출 명함을 만지작거려 보지만,
그래도 꿈을 버릴 순 없다.
오늘도 그렇게 버티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2015-04-20 20면